생명이 살아숨쉬는 창녕의 봄… 산과 들 색채의 향연

Է:2011-04-2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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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살아숨쉬는 창녕의 봄… 산과 들 색채의 향연

화왕산과 우포늪, 그리고 낙동강으로 대표되는 경남 창녕은 해마다 이맘때면 산하가 ‘삼색의 띠’를 두른다. 분홍색 꽃망울을 터뜨린 진달래는 화왕산 정상의 억새밭 평원을 띠처럼 두르고, 우포늪의 연두색 버드나무 새순은 나날이 초록색으로 짙어가고 있다. 그리고 남지 둔치를 수놓은 노란 유채꽃밭은 그윽한 향을 낙동강 봄바람에 실어 나른다.

창녕의 진산인 화왕산(757m)은 옥천계곡을 따라 오르는 동쪽 줄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급경사의 화강암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옥천매표소에서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옥천계곡을 벗삼아 고도를 높이면 개나리와 진달래가 터널을 이룬 호젓한 등산로가 화사한 표정으로 맞는다.

화왕산 최대의 진달래 군락지는 드라마 ‘허준’ 촬영세트장 앞의 능선.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산에 불이라도 난 듯 수천평에 이르는 진달래 군락이 분홍색으로 활활 타오른다. 비 내리는 날 운무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진달래 군락은 한 폭의 수묵화.

세트장에서 산새 소리 고즈넉한 숲길을 10분쯤 걸으면 거친 돌로 쌓은 화왕산성의 동문이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다. 가야시대 때 축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왕산성은 둘레 2.6㎞로 임진왜란 때는 홍의장군으로 유명한 곽재우의 의병 근거지였다. 예로부터 화산활동이 활발해 불뫼 혹은 큰불뫼로 불리기도 한 화왕산 정상의 분화구는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축구장 25개 크기의 화왕산 분화구에는 창녕조씨의 득성 설화와 관련된 연못과 비석도 있다.

진달래는 화왕산성 동문에서 남문을 거쳐 배바우에 이르는 산성 바깥에 듬성듬성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화왕산 최고의 진달래 군락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북쪽사면과 서쪽사면에 위치하고 있다. 동문에서 성곽을 따라 올라가면 갈 지(之)자를 그리는 평원과 절벽의 경계에 뿌리를 내린 진달래 군락이 띠를 두르고 있다. 안개와 이슬을 먹고 자라는 화왕산 진달래는 꽃은 작지만 색깔이 짙어 멀리서 보면 마치 입술에 립스틱을 칠해 놓은 듯하다.

1억4000만년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은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로 이루어진 자연늪. 홍수 때 낙동강물이 역류하면서 침전된 퇴적물이 토평천 하류에 쌓여 자연제방을 형성함으로써 안쪽에 남은 물이 습지성 호수를 만든 것이다.

우포늪은 사철 다른 색의 옷을 입는다. 그 중에서도 물가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가 연두색 새순을 틔우는 봄날의 풍경은 생동감이 있어 좋다. 버드나무는 우포늪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우포와 쪽지벌이 만나는 경계지역과 사지마을 및 장재마을 앞이 가장 멋스럽다. 이곳의 버드나무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 뿌리에서 5∼10개에 이르는 줄기가 뻗어 나와 기괴한 형상을 그린다.

연두색 물감을 흩뿌린 듯 거울처럼 잔잔한 수면에서 무심한 척 서있다 잽싸게 물고기를 낚아채는 왜가리나 백로의 모습도 이곳에선 흔하다. 특히 이른 아침에 따오기 복원센터 앞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우포의 버드나무 군락은 연두색 띠를 연상하게 한다. 수면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하얀 띠를 이루고 그 위로 연두색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형상의 버드나무 군락은 우포늪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창녕에는 우포늪의 명성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우포늪에 버금가는 늪도 있다. 그 중에서도 화왕산 삼지구천에서 발원해 도천면 송진리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계성천 하류의 대봉늪은 창녕이 꼭꼭 숨겨놓은 국보급 늪이다. 1926년에 완공된 영남수리제방을 따라 길이 3㎞, 폭 30m에 이르는 버드나무숲이 연두색과 초록색 띠를 그린다.

장마면 대봉리에 위치한 대봉늪은 본래 우포늪에 버금가는 거대한 늪이었다. 그러나 일제가 쌀을 수탈하기 위해 만주인까지 불러들여 제방을 쌓고 농경지를 조성했다. 폭 70∼100m, 높이 15m에 이르는 제방은 인근 학교의 봄소풍지이자 아이들이 소를 풀어놓고 또래들과 공차기를 즐기던 추억의 공간이다. 이곳에 버드나무 군락이 형성된 시기는 40여년 전. 1970년대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이곳의 버드나무를 땔감으로 이용했다. 그러나 연탄이 보급되면서 버드나무 벌채가 중단돼 지금은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등이 깃들어 사는 생명의 숲으로 변했다.

산란철을 맞은 팔뚝만한 붕어들이 수면위로 뛰어 오르는 대봉늪은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낚시터. 대봉마을에서 비가 오면 물에 잠기는 흙길을 따라 가면 끝이 보이지 않는 버드나무숲과 늪이 원시의 비경을 자랑한다. 형이상학적으로 가지를 뻗은 버드나무의 검은색 줄기와 연두색 새순의 조화는 봄에만 볼 수 있는 풍경.

대봉늪에서 한바탕 연두색 잔치를 벌인 계성천은 낙동강과 합류하기 전에 남지읍을 통과한다. 남지철교로 유명한 남지읍의 낙동강 둔치는 해마다 이맘때면 샛노란 유채꽃이 장관을 이룬다. 낙동강 둔치에 노란색 융단을 펼쳐놓은 듯한 유채밭은 폭 200∼300m에 길이 4㎞로 면적은 40만㎡.

창녕과 함안을 연결하는 남지철교는 1933년에 개통한 구마(邱馬) 국도상의 철교로 한국 근대사에서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교량 중 하나로 남지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교각 부분의 트러스를 높이 설치해 강물이 물결치는 형상을 한 남지철교는 한국전쟁 때 25m가 폭파돼 53년 복구했다. 한때 철거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보존됐고 결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창녕=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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