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기독교 윤리란 무엇인가

정의는 아가페적 관계서 출발



현실 속 ‘사랑의 실천’으로 실현돼

정의(正義, justice)란 무엇인가? 정의란 말이 요즘 사회적으로 널리 회자되고 있는데, 정의 또한 도덕처럼 정의(定意) 내리기 어려운 개념이다. 정의 역시 관계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정의라는 단어 하나만 가지고는 그 실체에 접근하기 어렵다. 정의가 있는 곳에는 항상 자유가 있다. 정의의 정당한 행사는 강제적 억압이 없는 자유에 있다. 자유는 또한 평등을 전제한다. 따라서 정의는 평등의 원칙을 고수하게 된다.

평등의 원칙 하에 인간사회의 정치적·경제적 분배가 이루어진다면, 결국 공평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공평은 심리적이고 물리적인 의미 모두를 내포하고 있다. 공평에는 정당한 절차가 따라야 하는데 이 절차를 공정(fairness)이라고 말한다. 정의는 이처럼 많은 관계 개념을 동반하고 있다. 정의가 자유, 평등, 분배, 공평, 공정과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정의롭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독교윤리 역시 정의를 관계적 개념으로 이해한다. 기독교의 정의는 인간 상호 간의 관계에 앞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하나님과 인간의 상호관계에서 정의의 관점이 도출된다. 하나님의 의(義)는 아가페 사랑에서 현현된다.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의에서 기독교의 정의가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일반적이든 기독교적이든 모든 정의는 아가페와의 관계 속에서만 그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정의는 사랑을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 속에서 이루어가는 것이기에 정의가 무엇이냐에 대한 대답은 사랑의 실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사랑 없는 정의는 정의가 되지 못한다. 부정의가 된다. 반면 정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감상적 온정이 되고 만다. 정의를 아가페 수준으로 끌어올릴 때 비로소 자유, 평등, 분배, 공평, 공정이 조화를 이루는 참된 정의가 발현될 수 있다.

라인홀드 니버 역시 정의를 한 개념으로만 정의하지 않고, 관계적 용어로 설명한다. 그는 정의를 아가페 사랑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한다. 사랑과 정의는 변증법적인 관계다. 사랑은 정의를 요구하고 부정하며 완성한다. 사랑은 절대적이고 초월적이며 희생적이다. 반면 정의는 상대적이고 상황적이며 차별적이다.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고려되고 있는 정의는 사랑에 바탕을 둔 사회적 구체화이다. 그러나 상대적 정의 속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부당한 자기이익 추구는 오히려 사랑에서 부정된다.

이처럼 정의는 실천의 장에서 번번이 부정의와 부딪치게 된다. 여기서 갈등과 충돌이 있게 되고, 불이익과 핍박과 고난이 수반된다. 정의 실현에서 핍박과 고난을 면하려 하는 것은 정의 실천 의지를 상실하는 것이다.

고난주간을 보내고 있는 기독인은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금 말씀을 통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 5:6, 10)

강병오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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