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 금요 철야예배는 새벽기도와 함께 한국 교회의 신앙과 영성을 공급해온 맥이었다. 멀리 기도원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차디 찬 예배당 바닥에서 그저 간절함 하나로 졸음, 추위와 맞서며 울부짖었다. 그것은 개인을 깨우고, 교회를 깨우고, 깜깜한 밤과 같았던 한국의 현대사를 일깨우는 동력이었다. 금요 철야예배가 사라지거나 변형되고 있는 한국 교회는 여지없이 활력도 방향도 잃어가고 있다. 구미상모교회는 우직스럽게 금요 철야예배를 이어오고 있는 교회 중 하나다. 김승동(64) 담임목사는 “오늘의 구미상모교회를 있게 한 비결이 바로 금요 철야예배”라고 했다.
‘금요 성령축제’란 이름의 구미상모교회 금요 철야예배는 밤 9시 30분부터 시작한다. 프로그램은 특별한 게 없다. 설교는 10분, 나머지는 찬양과 기도다. 모두 김 목사가 직접 인도한다. 찬양은 김 목사가 만든 율동을 따라 뛰고 구르며 뜨겁게 부르는 게 특징이다. 기도시간엔 중간에 자르는 게 없다. 기도의 소리가 멎을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다보면 철야예배는 밤 12시, 1시를 넘기기가 일쑤다.
최근 김 목사는 한국교회 SBS사태대책위원장,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등을 맡아 교회를 비울 때도 많지만 금요 철야예배만큼은 빼먹는 법이 없다. 심지어 해외 선교지 탐방을 가서도 비행기 일정을 조정해 일부러 철야예배에 참석할 정도다. 그는 “금요 철야예배는 구미상모교회의 성장 비결이자 나의 건강과 영성을 지켜주는 힘”이라고 고백했다.
김 목사는 지난 2월로 구미상모교회 부임 20주년을 맞았다. 부임 때 200여명이던 재직은 지금 1400명으로 늘었다. 출석 교인은 7000여명에 이른다. 초창기엔 매달 100여 명씩 등록할 정도로 ‘정신없이’ 성장했다는 게 김 목사의 설명이다. 다른 곳도 아닌 복음화율이 전국 최저라는 경북 지역에서 생긴 일이다 보니 신학생과 교계 기관의 방문도 잦다. 그때마다 김 목사는 교회의 성장 비결을 금요 철야예배 때문이라고 답한다.
실제로 금요철야 때문에 구미상모교회에 등록하는 이들이 많다. 최종임 집사는 교통사고와 남편의 사업 실패로 힘들도 지쳐 있을 때 “구미상모교회 금요 철야예배를 가보라”는 친오빠의 권유로 교회에 등록했다. 철야예배에 간 최 집사는 “예수님의 위로와 평안에 대한 목사님의 설교는 꼭 나에게 하는 것 같아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 집사는 교회 다니면서 받은 복을 어떻게 보답할까 생각하다가 구미상모교회의 첫 기부보험 가입자가 됐다. 사망이나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의 혜택을 구미상모교회에 돌아가도록 한 것이다.
교회를 다니다가 한때 중단했던 이수비 집사는 결혼 후 임신과 유산을 반복하다가 최근 구미상모교회에 등록했다. 자신의 유명무실했던 신앙생활을 뉘우치고 새롭게 출발한 게 금요 철야예배를 통해서다. 지금은 임신에 성공해 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구미상모교회 금요 철야예배엔 매주 700~800명이 참석한다.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던 김 목사는 중학교 3학년 때 사경회차 내려온 고 김형태 목사로부터 안수를 받고 뜨거운 신앙을 체험했다. 그때부터 금요 철야예배에 푹 빠졌다. 대구와 경북 군위에서 목회할 때도 매주 금요일이면 교인들을 데리고 산을 오를 정도였다.
‘주님의 뜻이라면 아멘하는 교회.’ 김 목사의 목회철학이자 가훈이다. 한 눈 팔거나 세상 눈치 안보고 목회와 기독교 진리 사수에 헌신해 온 데는 이같은 신앙고백이 있었던 것이다.
목회자들의 윤리문제로 한국 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는 데 대해서는 “목사에게 예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예수 때문에 구원받고 목회자 되어서 존경받고 좋은 차 타고다니는데, 그 속에 예수가 없다면 사기꾼 아닙니까. 사회 환경이나 사람을 탓해서는 안됩니다. 모두 목회자의 잘못입니다.”

◇ 구미상모교회의 나눔사역
구미상모교회 사역의 특징은 한마디로 ‘퍼주기’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사회는 물론 국내 신학생, 작은 교회 목회자들, 해외 장애인까지 대상도 다양하다. 교회의 재정이 넉넉해서가 아니다. 대형 교회를 지향하기 때문도 아니다. ‘하나님 기뻐하시는 일을 하려면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한다’는 김승동 목사의 소신 때문이다.
구미상모교회는 1년에 한 차례 대신대, 총신대 신대원생들에게 식사와 선물을 대접한다. 교회 내 봉사조직인 피스메이커는 구미와 경북지역 내 소외계층에 반찬 및 연탄 나누기에 앞장서고 있다. 매년 구미지역 전·의경과 육군 3사관학교 생도들을 찾아 위로하는 시간도 갖는다. 올초엔 전국 37개 미자립교회 및 개척교회와 자매결연도 맺었다. 소그룹이나 기관별로 이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총신대 신대원 시절 김 목사는 용인에서 학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항상 지하도를 통과해야 했다. 어느날 돈 천원을 구걸하는 장애인과 마주쳤다. 돈을 뒤졌지만 없었다. 친구에게 돈을 꾸려 했지만 “줘봤자 또 달라고 할 걸 뭣하러 주느냐”는 핀잔만 돌아왔다. 할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날 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목사는 그때의 미안함을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구미상모교회에 봉사·구제사역이 그렇게 많은 이유다. 그 중에서도 김 목사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특별하다.
공단이라는 지역 특성상 구미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김 목사는 무엇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역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교회가 이미 활발히 해오고 있었다. 결국 뜻을 접었다. 대신 장애인 사역을 시작했다.
몇 명 안 되는 자폐아동으로 시작한 장애아 사역이 10여년을 넘기면서 지금은 200여명이 예배를 드린다. 부서도 사랑부(초등학생), 소망부(중고등학생), 나눔부(장년)로 나눴다. 사역이 커지다보니 구미상모교회는 구미뿐만 아니라 경북지역의 장애인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1년에 한 차례 구미지역 장애인 초청 행사를 여는 것은 물론 경북지역 휠체어 무상수리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러시아 중국 등 해외 장애인 초청 행사를 열기도 했다.
구미=글·사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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