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가구박람회서 만난 한국 디자이너들

Է:2011-04-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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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가구박람회서 만난 한국 디자이너들
“한국적이고 창조적인 가구, 세계시장서 인정받죠”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기 8장 7절)’

이탈리아 밀라노 교외에 자리한 종합전시관 피에라 밀라노에서 12∼17일 열리고 있는 밀라노가구박람회(i Saloni). 그곳에서 만난 한국 가구의 현실은 성경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이 박람회는 세계적인 규모로 독일 쾰른 가구박람회와 함께 가구 디자인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50회를 맞은 이번에는 21만500㎡ 규모에 전 세계의 2000여 업체가 참가해 새로운 디자인을 소개했다. 일반가구업체 1450여개, 조명업체 450여개, 사무가구 등 사무 공간 시스템 관련 120여 업체가 참여한 이번 전시회에 한국 업체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한국 디자이너들은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신인디자이너 등용문으로 꼽히는 살롱 사텔리테(SaloneSatellite)에서다. 전시회장 가장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가구비평가들은 물론 반짝이는 아이디어 상품을 찾는 가구 업체 대표들이 꼭 찾는 코너다. 박람회 주관사인 코스미트(COSMIT)는 이 코너를 디자인의 미래를 위해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코너에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선 코스미트에 포트폴리오를 제출, 창의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경쟁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회째인 올해는 20개 국제디자인학교를 비롯해 33개국에서 700명의 디자이너들이 초청받았다. 그 중 한국 디자이너는 모두 6명.

초등학교 동창이 팀을 이룬 ‘빈&몽’의 박상호(35)씨와 현수진(35)씨. 이들의 부스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등받이에 주름으로 우람한 근육을 표현한 검정색 가죽 의자 ‘미스터 체어’로 두 사람의 공동 작품이다. 박씨는 “의자에 남성이라는 성(性)을 부여해선지 눈길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현씨는 목련을 모티브로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걸이와 낙서를 한 듯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조명, 박씨는 남성의 가슴근육을 모티브로 한 아이패드케이스를 내놓았다. 현씨는 “시적 상상력을 작품화하고 있다. 전시 작품들을 조금씩 변형시킬 계획이며 상품화도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일훈(33)씨는 무형문화재 장인 이완규 선생과 공동제작한 ‘테이블 R, Ex07’과 조명을 출품했다. ‘테이블 R, Ex07’은 기와지붕의 곡선을 활용해 다리가 받는 힘을 분산시킨 것으로 빼어난 조형미까지 갖춰 찬사를 받고 있다. 불가사리 모양의 등은 천장에 부착한 채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연스런 질감과 느낌을 중시해 100% 손으로 작업한다는 노씨는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도 차렸다. 또 영국시멘트협회상(2004), 국제콘크리트디자인대회(2003∼2004)에서 우승했다. 디자인과 건축 분야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그는 각각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연계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지환(30) 김남중(30) 이재균(24)씨는 미국 아트센터 오브 컬리지 재학생 그룹전 멤버다. 재학생 4000여명 중 12명을 선발했다니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을 거친 셈이다. 오씨는 나사 없이 조립할 수 있고 가벼운 테이블, 김씨는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종이비행기를 형상화한 테이블을 내놨다. 이씨는 전기회로도에서 영감을 얻은 조명과 목재 가죽 스틸 등 이질적인 소재를 잘 어우러지게 만든 스툴을 선보였다. 이들은 아직 학생이지만 올 5월 신상품 출시 계획도 갖고 있다.

700명 중 6명은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다. 더구나 노씨는 영국인 친구와 함께 나와 영국팀으로, 오씨 등 3명은 미국팀으로 소개돼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팀은 하나밖에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한국 디자이너라는 자부심으로 한국 디자인 발전에 한몫하겠다는 결심이 단단했다. 노씨는 “한국 디자이너들은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창조적이어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지원을 해주면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이번에도 스페인은 국가에서 참가비를 보조해줬다고 귀띔했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는 초대전이지만 부스 비용(하루 100만원꼴), 작품 제작 및 우송료 등은 본인이 부담해야 된다. 그래서 국내 신인디자이너들 중에는 도전조차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라노=글·사진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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