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몰려있는 것은?… 라이프 스타일로 본 강남, 그리고 강북

Է:2011-04-1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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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몰려있는 것은?…  라이프 스타일로 본 강남, 그리고 강북
강남은 무엇으로 사는가.

샌드위치와 커피, 환경측정서비스와 성형외과, 웨딩드레스와 종합병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입수한 ‘2009년 전화번호부 등록 기준 813개 업종’을 분석한 결과 강남에서 소비되는 주요 상품은 이렇게 요약됐다. 서울에 있는 성형외과 3곳 중 2곳, 샌드위치전문점 2곳 중 1곳, 커피전문점 3곳 중 1곳이 강남에 집중돼 있다. 웰빙과 뷰티, 서구 지향적 스타일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시대란 얘기도 여전히 강남에 국한된 것이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소통의 장애를 허물고, ‘짝퉁’이 명품의 벽을 허물고, 성형이 ‘원판불변의 법칙’을 깬다지만 강남의 벽은 여전히 두텁고 높다.

富 뷰티(beauty)는 부(富)티다

전화번호부 등록 자료에 따르면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에 성형외과 537곳이 있다. 서울 전체 성형외과의 73.2%. 강남 인구는 서울의 16.2%, 면적은 19.9%니까, 이는 인구 대비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화장품소매점(36.4%) 마사지업체(35.0%) 미용실(30.5%)도 강남에 집중돼 있다. 고급 의류가 많아서인지 세탁업의 25.7%도 강남에 분포한다. 그러나 스타일보다 머리 자르는 기능에 집중한 이발소는 강남에 61곳(14.5%)뿐이다.

지난해 캐서린 하킴 런던정경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을 ‘에로틱 캐피털’로 정의했다. 경제, 문화, 사회적 자본에 이어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 섹시한 매력 등을 제4의 자본으로 정의한 것이다. 강남에서 ‘에로틱 캐피털’은 경제력과 학력처럼 자녀와 손자에게 증여된다. 외모를 가꿀 수 있는 경제력과 사회적 환경이 물려진다.

외모와 소득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도 있다. 대니얼 해머메시 텍사스대 경제학 교수와 제프 비들 미시간대 교수는 1994년 논문 ‘외모와 노동시장’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외모를 제외한 다른 조건이 같다면) 미국과 캐나다에서 못생긴 남자의 소득이 평균보다 9.1% 낮다. 반면 잘생긴 남자는 평균보다 5.3% 높다. 여자도 마찬가지. 못생긴 여성의 소득은 평균보다 5.4% 낮고, 예쁜 여성은 3.8% 높다.

외모와 소득 중 무엇이 원인으로 작용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고소득 직종에 진입하기 쉬운 것인지, 아니면 고소득자가 외모를 가꿀 경제적 여유가 많아서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강남에선 미남, 미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스타일과 피부, 머릿결까지 좋은 ‘강남 미녀’ 말이다.

아름다움을 직접 파는 곳뿐 아니라 디자인 학원(46.7%) 배우·스튜어디스 학원(37.1%) 등 미(美)를 추구하는 곳은 대부분 강남에 밀집했다. 강남의 외국어(35.4%) 입시학원(29.3%)에 비해 높은 수치다.

물론 강남의 성형외과와 배우학원에는 강북과 지방 거주 수강생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아름다움을 파는 상품이라면 강남에 입지한 시설에서 사고 싶은 것이 현실이다. ‘강남=뷰티’라는 이미지, 해당 상품을 한층 사고 싶게 포장해 준다. 강남은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은 자본이다.

健 샌드위치 시대… 건강·글로벌·카페

90년대 초반 한국에 패스트푸드점이 유행하기 시작한 지점은 강남이었다. 조영태(39)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패스트푸드가 처음 유행하기 시작하던 때 햄버거는 유학 시절에 먹었던 맛, 즉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후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패스트푸드가 꼽히면서 점차 쇠퇴했다”고 말했다.

강남 고소득, 고학력자는 남보다 신제품을 먼저 구매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집단이다. 이 집단에서 호응이 좋으면 후발주자에게 확산되고, 얼리 어답터는 또 다른 신제품에 호응한다.

요즘 강남은, 샌드위치다. 요식업 43개 업종에서 강남 집중도가 가장 높은 음식이 샌드위치다. 샌드위치전문점 38곳(46.7%)이 강남에 밀집했다. 2곳 중 1곳이 강남에 입점한 셈이다. 반면 샌드위치의 대체재라 할 수 있는 햄버거, 도넛점은 각각 22.6%(74곳), 25.5%(31.7곳)에 그쳤다. 5000∼1만원인 샌드위치는 햄버거 세트 하나에 5000원 안팎인 패스트푸드보다 비싸지만 건강에 좋고 신선한 이미지다. 카페·테라스 문화와도 잘 어울린다.

이 밖에 양식(39.1%) 한식(36.2%) 베트남음식(35.3%) 일식(35.1%) 인도음식전문점(35.1%)이 강남에 밀집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 음식이 강세인 강북보다 외국 음식 거부감이 확연히 적다.

육고기전문점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치킨점(16.9%) 닭고기전문점(18.6%) 쇠고기전문점(19.9%) 돼지고기전문점(20.3%)이 다른 음식점에 비해 적다. 이택광(43) 경희대 영미문화과 교수는 “건강식 위주의 식생활이 발달하다보니 과거 경제개발 시대가 가지고 있던 고기 중심 외식문화가 강남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이런 식습관은 비만율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달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서울 초·중·고교 1276곳을 조사한 결과 전교생 중 비만학생 비율이 20% 이상인 ‘비만 학교’는 강남·서초·송파구에 각 1곳씩에 불과했다. 강서구가 8곳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중구와 종로구였다.

제과제빵점(24.7%)보다 떡전문점(29.1%)의 강남 점유율이 높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기농식품판매점도 38.9%(49.4곳)에 달한다.

한길 건너 다음 길목에 커피전문점이 있다지만 한국사회에서 커피는 여전히 사치재다. 커피전문점의 36.7%(348곳)가 강남에 있다. 강남 3구 중에도 강남구의 커피 소비는 압도적이다. 서울 전체 커피전문점의 21.9%를 강남구가 갖고 있다.

‘립스틱 경제학’의 저자 부산대 조준현(50) 교수는 “경제학에서 필수재와 사치재는 재화가 팔리는 공간에 따라 상대적인 개념이다. 커피 믹스는 한국 어디서나 필수재이겠지만, 스타벅스 커피는 강북에선 사치재, 강남에선 필수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는 상징적인 기호다. 서양에서 커피는 저항의 산물이고 고급스럽고 지적인 이미지로 통한다. 영국 커피체인점 상호인 ‘커피 레볼루션(혁명)’만 봐도 그렇고 지식인들이 커피숍에 모여서 담론을 펼쳤던 것도 영국의 역사다. 시크하다고 할까, 이런 이미지가 강남과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택광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황사도 강남은 비켜간다’는 우스개가 있을 만큼 강남은 환경관련업체도 많다. 환경측정서비스점은 114곳(35.1%), 폐수·분뇨수거처리점은 13곳(27.4%)으로 인구·면적 대비 압도적이다. 환경관련업체가 유동인구의 영향을 덜 받는 점으로 봤을 때 이는 쾌적한 환경을 추구하는 경향 때문이다.

산업적으로 분류하면 비환경적인 제조업(195개 업종)의 17.5%만 강남에 있다. 반면 서울의 농·임·어업(12개 업종) 36.6%가 강남에 밀집해 있다. 서울 농·임·어업의 22.4%를 차지하는 화훼·채소·종묘생산업의 절반 이상이 강남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변미리(47·여) 박사는 “강남에 개발제한구역이 꽤 있고 화훼 비닐하우스가 많아 통계상 농업시설이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이종석(64) 원예조경학과 교수는 “강남에 병원, 장례식장, 예식장이 많아 화훼 수요가 많다. 세계적으로도 GNP(국민총생산)가 높을수록 화훼 소비가 늘어나듯 꽃은 경제적 여유의 상징”이라고 했다.

壽 강남은 병원부터 강북은 약국부터

병원과 약국은 일종의 보완재(補完財)다. 커피와 설탕, 버터와 빵처럼 따로 소비할 때보다 함께 소비했을 때 가치가 증가한다. 병원에 가면 처방전 받아 약국에 가야 하기 때문에 병원 수요가 증가하면 약국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낮으면 병원과 약국은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가 된다. 병원 대신 약국을 이용한다는 얘기다. 한방병원 38.9%, 종합병원 27.5%, 일반의원 25.1%가 강남에 분포해 있다. 반면 한약방과 약국은 7.2%, 18.4%에 그친다. 강북은 병원 수에 비해 약국이 많은 편이다.

조영태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병원 이용률이 높다. 환자의 병원 이용 행태도 중요하지만 접근성이 많은 영향을 주는데, 주변에 갈 만한 병원이 적으면 ‘그냥 약국에 가고 말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장례와 결혼도 강남·북을 구별해 준다. 웨딩드레스 제조업체의 75.3%(33곳), 예식서비스업체의 33.3%(116곳), 혼수전문점의 31.2%(16곳), 웨딩드레스 판매점의 29.6%(86곳)가 강남에 밀집했다. 신접살림을 강북에 차려도 결혼 준비는 강남에서 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 이 통계가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반면 강남에 장례 관련 업체는 62곳(12.5%)뿐이다. 다만 묘지관리 서비스업체의 32%(22곳)가 강남에 몰려 있다. 사망 직후 서비스는 강북이 많지만, 사망 이후 ‘지속적 관리’는 강남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다.

■ 그림 이야기

강남은 이렇다. 커피전문점의 달콤한 카페라테는 식후에 꼭 마셔야 하는 보편재다. 강북에 신접살림 차려도 결혼 준비는 강남에서. 일식·한식 전문점에서 먹는 음식,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낮아 섹시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을 듯. 미모는 나의 무기. 아프면 무조건 병원부터 먼저 가야 해. 내 몸은 소중하니까.

강북은 이렇다. 샌드위치, 맛은 괜찮지만 한 개 7000원? 점심시간 쿼터파운더치즈버거 세트 3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데, 역시 실속이 우선. 맛있잖아? 회식은 역시 고기. 쇠고기집에서 회식하는 날, 와우! 안 빠진다. 장례서비스는 강남보다 강북에 많지.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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