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에게 지난 30년을 묻는다] 6월항쟁 세대 53% “대학 때보다 보수적으로 변했다”

Է:2011-03-2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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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에게 지난 30년을 묻는다] 6월항쟁 세대 53% “대학 때보다 보수적으로 변했다”

정치성향 어떻게 바뀌었나

세월은 생각을 움직인다.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바꾸는 망각도, 강렬한 기억이 다져내는 신념도 세월의 산물이다. 1981년 3월과 2011년 3월. 제5공화국(이하 5공) 출범 후 30년이 흘렀다. 맹렬했던 권력은 시들고, 파릇했던 청춘은 이제 기성세대다.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의 자리가 뒤바뀌는 변화다.

이 30년의 간극은 아스팔트 위에서 권력과 마주했던 대학생의 뇌리에 5공을 어떻게 남겼을까. 국민일보는 경희·고려·서강·연세·한국외대 등 서울시내 5개 대학의 협조를 받아 ‘486세대’(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1233명의 정치의식을 조사했다.

80년대 진보 대학생 온건해지다

80년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40∼50대 10명 가운데 7명(68.6%)은 대학 시절 스스로를 진보에 속한다고 여겼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 비율은 절반 수준(55.6%)으로 떨어졌다.

전체 응답자의 평균 이념성향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5를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매우 진보’, 10은 ‘매우 보수’로 가정했을 때 응답자의 평균은 대학 시절 3.6에서 현재 4.4로 변했다. 말로 풀면 “대학 땐 상당히 센 진보였는데 이젠 거의 중도에 가깝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학 시절보다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53.1%나 차지했다. 반면 ‘더 진보적으로 됐다’는 응답은 20.8%에 그쳤다. 나머지(26.1%)는 대학 때나 지금이나 이념적 위치는 그대로라고 했다.

486세대 가운데서도 소득이 높을수록 보수화가 두드러졌다. 연소득 2000만원 미만을 포함해 6000만원 이하 구간에선 이념적 이동 폭이 0.5를 넘지 않았고, 대학시절은 물론 현재까지도 4 안팎의 진보적 성향을 유지했다. 반면 연소득이 6000만원을 넘거나 8000만원을 넘는 486 고소득자의 이념적 성향은 대학시절 진보에서 중도로 다른 소득구간의 배 가까이 이동했다.

전공별로는 의학(4.00→6.29)과 생활과학 등 기타 전공계열(3.95→4.89), 사회과학계열(3.66→4.51)의 보수화가 가장 두드러졌고, 자연과학계열(3.91→4.66), 인문과학계열(3.40→4.11), 공학계열(3.68→4.38) 순으로 보수화가 진행됐다. 다만 예체능계열(4.18→4.27) 출신 486세대는 대학시절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직업별로는 전업주부(4.83)와 공무원(4.75)이 현재 가장 중도에 가깝다고 응답한 반면 농어업 종사자(2.33)와 프리랜서 등 기타 직종(3.69), 전문직(4.17)은 여전히 진보적이라고 응답했다. 회사원은 이 두 그룹 사이에 위치했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보수화되는 건 세대적 효과다. 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세대들도 1997년과 2007년 두 번의 (여야) 정권교체를 경험하면서 권위주의 회귀에 대한 불안도 사라졌다. 대신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아이교육 주거 양극화문제를 관찰하게 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프레시맨 신드롬’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6%는 자신의 이념적 변화 원인으로 사회생활의 경험을 꼽았다. 김 교수의 설명처럼 정치상황 개선을 이유로 든 응답자도 19.3%였다. 경제상황 개선(7.9%), 결혼 등 개인적인 경험(7.5%) 외에 학습효과, 실현 가능성 고려, 불안한 북한정세 등 기타의견(6.7%)과 경제상황 악화(6.3%), 정치상황 악화(5.6%)도 그 뒤를 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486세대 보수화가 관찰됐지만 그 크기와 정도는 학번별로 다르다. 80년대 초반 입학한 선배 학번들의 보수화가 두드러진 반면 80년대 후반, 그 가운데서도 86, 87학번은 486세대 가운데서도 현재까지 가장 진보적인 그룹에 속했다.

이 중 87학번의 진보 성향이 가장 돋보인다. 여기에는 ‘프레시맨 신드롬(Freshman Syndrome)’이 숨어 있다. 대학 1학년 시절 맞닥뜨린 새로운 경험과 학습내용이 상당기간 세계관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1987년은 고(故) 박종철씨와 이한열씨의 죽음으로 6월 항쟁이 불붙었던 시기다. 당시 대학 1학년인 87학번은 입학하자마자 권력의 폭압에 숨져간 선배의 영정사진과 걸개그림을 마주하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이들은 80년대 학번 가운데서도 5공 시절 스스로를 가장 진보적(3.39)이었고, 현재도 중도보다는 여전히 진보쪽(4.02)이라고 했다.

87학번에 이어 84학번(3.47→4.28), 86학번(3.67→4.25)의 진보적 성향도 두드러진다. 이 두 학번은 박종철(서울대 언어 84학번)씨와 이한열(연세대 경영 86학번)씨의 학번과 각각 일치한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개인적으로 고교 1년 후배인 종철이는 재수를 했었다. 1월만 되면 종철이가 살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되뇌게 된다. 84, 86학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 아래 학번보다 동년배의 희생은 오래 기억에 남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20대 초반 강렬한 경험이 이념적 위치를 좌우하는 현상을 ‘집단경험’으로 해석했다. “서구의 ‘68세대’(19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에 영향을 받은 유럽과 미국의 진보적 젊은 세대)처럼 486세대도 20대 초반 시절 세상을 바꾸는 승리의 집단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세월과 함께 보수화되더라도 다른 세대보다 늦을 것이다.”

특별기획팀=정승훈 김지방 정동권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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