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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제성호] 北 인권, 국제사회와 보조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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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유럽연합과 일본이 상정한 북한 인권결의안을 찬성 30, 반대 3, 기권 11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서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등에서 행해지는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침해에 우려를 표시하고, 식량 등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물품이 북한 주민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분배 투명성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또 결의안은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활동시한을 연장하면서, 북한 당국이 다루스만 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유엔 인권전담기구인 인권이사회의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은 그 전신인 인권위원회 시절(2003∼2005년)을 포함하면 이번이 일곱 번째다. 거듭되는 결의안 채택은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이 세계 최악으로 개선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한의 ‘마이동풍’ 자세는 2004년 6월 유엔이 선임한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조사를 거의 7년이 되도록 거부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북한 태도는 자국의 인권 실상을 국제사회의 조사, 감시, 개선 메커니즘 아래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특별보고관의 방북조사를 요청한 일련의 유엔 총회 및 인권이사회 결의를 무시하는 것으로, 유엔 회원국이자 국제인권규약 당사국이 부담하는 인권존중 의무에 정면 배치된다. “우리나라에는 인권문제가 전혀 없다”고 호언장담하는 북한의 자신감이 현장조사 요구 앞에선 왜 그리도 작아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주민들 삶에 심각한 위협

작금 북한에서는 ‘선군(先軍)정치’와 3대 부자세습 구도 하에서 인권 상황이 이전보다 더 나빠지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한 대북 인권단체는 2009년 11월의 화폐개혁 실패 후 북한 당국이 내부 단속 차원에서 8개월간 52명을 공개처형했다고 고발한 바 있다. ‘본보기 처형’에 의한 반인륜적 공포정치가 일반 주민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리소’라 불리는 정치범수용소는 모든 유형의 인권침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자행되는 종합 세트장이다. 지금 십수만명의 정치범들이 수용소에서 비인간적인 학대와 고된 육체 노동에 혹사당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수용소 간부들이 회령의 22호 관리소에서 생산한 쌀과 고기, 석탄을 팔아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언론 및 표현, 양심과 종교의 자유 침해도 여전하다.

이처럼 북한인권은 인류의 양심과 인도주의 차원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사안이 이미 국제 이슈화 돼 있고, 한두 나라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국제사회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국제공조를 적극 활용하는 게 현명하다. 정당성 확보와 실효성 제고 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북 인권공조의 방향은 당연히 북한의 ‘선민(先民)노선’ 채택과 국제적 인권보장의 최소기준 준수가 돼야 한다.

북한 인권 개선을 앞당기려면 국민적 관심, 정부 의지, 북한인권단체들의 역량 강화 및 국제협력이 긴요하다. 물론 법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이러한 요구에 잘 대처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 제정 등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북한인권법 제정 시급하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북녘 동포의 인권에 너무 무심하다. 지난해 2월 외교통상통일위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이 법사위에서 1년 동안 낮잠을 자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인권은 보편가치에 속하며, 인간성 실현과 직결돼 있다. 이념이나 정치 문제가 아닌데도 이를 정쟁화하려는 태도가 아쉽다. 국회는 상식과 정도(正道)에 입각, 조속히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보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구현하는 길이며, 통일지향의 대북정책에도 부합한다.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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