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전석운] 일본, 어디로 갈 것인가

Է:2011-03-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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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전석운] 일본, 어디로 갈 것인가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을 강타한 이후 국제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일본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교차하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재난의 충격보다 재건의 기대감이 크게 반영될 때는 시차를 두긴 했지만 뉴욕과 도쿄의 증시가 상승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반면 방사능 유출 사고 수습이 지연되고 제한송전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가 확산되자 우려가 깊어졌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일본 대지진 이후 일제히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많은 일본 전문가들과 세계 여론은 일본의 재건 역량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다. 일본의 위기극복 경험과 역량에 대한 믿음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은 과거에도 수차례 대지진과 2차대전 패전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었으나 그때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근대국가로 탈바꿈하거나, 선진경제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도호쿠 지역에 닥친 지진과 쓰나미로 이 일대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전력공급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적지 않지만 일본은 여전히 막대한 자금과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제가 자연 재앙으로 망한 전례가 없다는 믿음이 투자자들을 증시로 돌아오게 하고 안전자산인 엔화를 선호하게 만드는 이른바 ‘재난의 역설’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일본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감안하면 재건과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대지진 이전부터 일본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가 이번 대재앙과 겹치면서 자칫 국가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2005년부터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노동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전체 국민의 22%가 65세 이상의 노인층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경제 2인자의 자리마저 중국에 넘겨줬다. 특히 후쿠시마와 게센누마 등 지진과 쓰나미, 원전 방사능 누출이 겹친 지역은 이러한 일본의 고질병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역이다. 일본의 재건이 구체적으로 피해지역의 원상회복을 의미한다면 적어도 수십년간은 대지진 이전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워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이 폐쇄되더라도 누출된 방사능 때문에 주민들은 돌아갈 터전을 잃었다. 젊은이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서 새 삶을 도모할 수 있지만 이재민 중 적지 않은 노인들은 재기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게센누마 지역의 고령화는 일본에서도 특히 심해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27%라고 한다.

일본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갈지는 우리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들과 겹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경제활동인구의 축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기저효과와 세계경제 회복 등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마땅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탄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별 차이가 없다.

만일 우리나라에도 일본과 같은 지진과 쓰나미가 몰려온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반문해 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우리나라 해안가에 위치한 원전들은 안전한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은 있는가. 일본은 뛰어난 재난예고 시스템을 갖추고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우리는 사이렌과 민방위훈련용 방송말고는 재난통신망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백두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가 한반도를 뒤덮고 북한의 핵시설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웃 일본에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겠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이 이번 사태를 극복하는지 냉철하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전석운 산업부 차장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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