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필적감정

Է:2011-03-1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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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린 ‘유서대필 사건’. 20년 전인 노태우 정권 말기의 대표적 공안사건으로 그 진실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1991년 5월 8일. 정권 퇴진을 요구하던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유서를 남기고 분신 자살하면서 이 사건은 촉발된다. 배후를 의심한 검찰은 유서를 대신 써주며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전민련 동료 강기훈씨를 구속하기에 이른다. 반면 재야단체들은 공안당국의 조작이라고 맞선다.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이 나왔지만 이 사건은 훗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뒤집힌다. 진실화해위가 2007년 “강씨가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며 재심을 권하고, 2009년 서울고법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이에 불복해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판정의 핵심은 필적감정이다. 직접 증거 없이 기소된 사건이라 대필 여부가 유무죄의 결정적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당초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대필’ 감정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진실화해위가 김씨 필적이 담긴 새 문건의 재감정을 의뢰하자 국과수가 과거 의견을 번복, ‘자필’ 결론을 내리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물론 검찰은 새 문건의 조작 가능성을 의심하지만.

필적감정은 2가지 이상의 대조자료에 있는 문자 구성과 배자(配字), 자획(字劃) 형태, 필순(筆順)과 필압(筆壓), 운필(運筆) 습성 등을 식별해 필적의 일관성 있는 특징과 희소성 있는 특징을 분석하는 것이다. 최첨단 장비로 이를 종합 판단해 동일 필적 여부를 가려내는 기법이다.

최근 필적감정이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장자연 편지’ 때문이다. 2년 전 자살한 탤런트 장씨가 작성했다는 편지가 새롭게 공개됨에 따라 진본 확인을 위해 경찰이 국과수에 필적감정을 의뢰한 게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찰이 장씨 지인이라고 자처하는 수감자로부터 지난 9일 압수한 ‘장자연 편지’ 20여장의 내용은 구체적이다. 성상납 강요, 그리고 사회 유력인사들 연루 의혹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만큼 폭발력이 큰 사안이다.

당시 검찰과 경찰이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유력인사 대부분에 대해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렵다며 면죄부를 주면서 장씨의 억울한 죽음에 둘러싸인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편지가 진본으로 확인되면 재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제 뚜껑이 곧 열린다. 국과수가 장씨 친필 여부에 대한 필적감정 결과를 오늘(16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니까.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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