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교수’ 1박2일 역할 바꾸기
시작은 농담이었고, 그 농담의 단초는 내 이름 ‘지방’이 제공했다. 1월 25일, 트위터로 신용욱(@ywsynn)이란 사람이 짧은 글을 보내왔다.
“김 기자님. 가수 패티김씨와 공동이벤트, 대한비만학회 공동인터뷰 하시면 뜰 걸요.”
내 트위터 아이디(@fatty_kim)가 가수 ‘패티김’과 비슷해서 건넨 얘기일 테고, ‘비만학회’는 내 이름을 ‘지방(脂肪·fat)’으로 해석한 농담일 것이다.
“시외전화 홍보대사라면 할 생각은 있네요….”
‘시외전화’는 내 이름을 ‘지방(地方·region)’으로 풀이한 나의 조크였다. 3주쯤 지난 2월 16일 다시 이 사람이 트위터로 말을 걸어왔다.
“신문사 1층에 카페는 아직도 있나요?”
어, 자꾸 나에게 친한 척하시네. 그때서야 이 사람의 프로필을 살펴봤다. 경남 진주에 있는 경남과학기술대학 농학한약자원학부 교수. 부인이 서울에서 살고 싶어 했는데 진주에 정착했다고 한다. 듣기 좋은 글을 보냈다.
“제 꿈은 아웃 오브 서울입니다. 고향이 부산인데 친구들은 다들 일자리만 있으면 부산 내려가고 싶다고 하죠. 진주에 계신 교수님이 정말 부럽네요. ㅠㅠ”
돌아온 것은 다소 엉뚱한 제안.
“우리 하루만 바꿔볼까요. 김 기자가 내려와서 한약리학 강의하고 저는 취재하고.”
나는 경남과기대 교수로 가서 지방대생들을 만나보고, 자기는 국민일보 기자로 와서 서울에 있는 지방대 졸업생들의 취업 현실을 취재하자는 것이다. 이건 꼭 ‘시크릿 가든’ 같잖아. 아니면, ‘무한도전’(개그맨 박명수와 재활의확과 의사가 하루 동안 자리를 바꾼다)을 보셨나?
기자에게 이런 제안을 해오는 사람은 두 가지 유형이다.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보거나, 혼자 상상을 너무 많이 하는. 과연 이 인간은 어느 쪽일까 고민하는데 신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김 기자, 문과출신이죠? 저흰 거의 노숙자예요. 연구실에 신문지 깔고 코트 덮고 잘 때도 많아요. 36시간 연속 근무. 진주 와서 낳은 세 살짜리는 아직도 아빠가 낯설다는. 이공계 교수들은 중소기업 사장이에요. 차는 못 바꿔도 기자재는 빚내서라도 사야 연구를 하죠. 저희 학부는 100년 전통의 농학과가 기반인데 학생들 취업에 한계가 있어서 한약재 관련 학과로 특화하기 위해 만들어졌죠.”
그는 지방대 학생들의 답답한 현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일자리 생태계에서 가장 약자가 그들이라면서. 에라 모르겠다. 요즘 기사 쓴 지 오래됐는데 이거나 한번 해보자.
이 기사는 이렇게 TV를 ‘과잉’ 시청하는 지방대 교수와 아주 약간 특이한 이름을 가진 기자의 ‘트윗질’에서 시작됐다.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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