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지역축제 취소가 능사인가

Է:2011-03-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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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박강섭] 지역축제 취소가 능사인가

“태백산눈축제를 통해 외지관광객 50만명 방문과 이에 따른 직접적 경제파급효과 300억원은 물론 총 경제파급효과 600억원과 고용파급효과 1000여명을 달성하려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김연식 태백시장이 구제역으로 태백산눈축제를 취소한 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보낸 호소문이다. 김 시장은 범정부적 지원을 호소하면서 6개월 동안 축제에 투자했던 혈세 8억원을 날린 것은 물론 영세상인과 서민들의 생계마저 어려워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11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해가 바뀌고 봄이 오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소와 돼지 350여만 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축산산업이 붕괴됐다.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우려와 물가 폭등으로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는 등 구제역 재앙이 현실화되고 있다.

구제역은 지역축제 취소로 이어져 관광업계 피해도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 겨울에 구제역으로 취소된 지역축제가 화천산천어축제와 태백산눈꽃축제 등 80여개라고 밝혔다.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전국 유명 관광지의 입장객도 전년 동기 대비 48%나 감소했다. 숙박시설 이용객 감소율은 21%였고, 국내관광 소비지출 감소액은 무려 8027억원으로 조사됐다. 국내여행 전담 여행사들의 상품 판매 감소율도 50%가 넘어 영세업체들은 부도위기에 몰렸다.

문제는 봄 성수기를 앞두고 광양 매화축제, 영암 왕인축제, 울진 대게축제, 구례 산수유축제, 청도 소싸움축제, 진도 신비의바닷길축제, 경주 술과떡잔치 등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점이다. 상춘객 특수를 기대했던 여행사, 호텔, 음식점 등 관광업계는 개점휴업 상태고 지역상권도 붕괴 위기에 처했다.

전염병이나 사회적 이슈로 인해 축제가 취소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2009년 가을에는 신종 플루로 모든 축제가 취소됐고, 1년 전에는 천안함 폭침사건이 일어나자 희생 장병 애도 차원에서 축제가 줄줄이 취소됐다. 그때마다 관광업계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축제를 취소하면 구제역 확산이 진정될까. 평창 주민들은 논란 끝에 지난 1월 8일부터 42일 동안 평창송어축제를 강행했다. 수많은 스키어들로 북적거리는 평창군 소재 스키장도 문을 여는데 축제를 취소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대신 주민들은 철저하게 소독을 했고 24만명이 방문한 송어축제는 190억원에 이르는 경제 파급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축제로 평창에 구제역이 확산되지는 않았다.

신종 플루 때는 정부가 나서 지역축제 취소를 종용했다. 지자체들은 전염이 우려된다면 인파로 북적거리는 서울 지하철부터 운행을 중단하라고 항의했다. 이번에는 지자체들이 구제역으로 흉흉한 지역정서를 들먹이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스스로 축제 취소에 나섰다.

관광객 이동으로 구제역 확산이 우려된다면 구제역이 사라질 때까지 모든 도로의 통행을 차단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설 연휴 귀성객 때문에 구제역이 확산됐다는 보도는 없다. 더구나 날이 풀리면서 구제역이 주춤해졌는데도 3∼4월에 열리는 축제를 취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역축제 취소로 관광객들의 이동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국내관광과 지역경제 위축을 무릅쓰면서 축제를 취소한 이유는 뭘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관광을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겨울축제를 취소하고 설 연휴 고향방문 자제를 호소한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설 연휴에 사상최대인 55만명이 외국여행을 다녀오는 등 연초부터 엄청난 관광적자를 초래했을 뿐이다. 한국을 찾는 외래 관광객도 줄어 올해 950만명 유치계획은 벌써 빨간불이 켜졌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우울한 계절이다. 관광산업 육성을 외치면서 툭하면 지역축제를 취소하는 것이 능사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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