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은 국정원 … 뿔 난 여야 의원들

국가정보원이 25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국정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과 관련해 뾰족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자 정보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진 것이다.

국정원 김숙 1차장, 민병환 2차장, 김남수 3차장은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정보위원들과의 비공개 조찬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에 시종 ‘NCND(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을 취한 채 “국익을 위해 어느 것도 말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3차장은 “내부 문제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의 문제도 있어 국익 차원에서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인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오지 않았다.

국정원 브리핑이 끝나자, 참석했던 여야 정보위원들은 하나같이 “이럴 거면 뭐하러 아침시간에 불렀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참석자는 “15분간 밥 먹고, 브리핑 30초 후 5분 동안 의원들의 아우성이 이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우리를 모욕하는 것이냐”고 화를 냈고, 정두언 최고위원도 “(국정원에게 정보위가 무시당한 듯해) 쪽 팔린다. (국정원의) 사고가 너무 경직돼 있다”고 일갈했다.

이은재 의원은 “야당에서 공격할 것을 대비해 커버해 주려고 했는데 준비 자체를 안 해 왔다. 앞으로 정보위 분위기가 싸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간담회 도중 성난 얼굴로 뛰쳐나와 다른 방에서 별도 회의를 갖기도 했다.

전날 기자들에게 “국익 차원에서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던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간담회 이후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원 원장과 김 3차장은 책임을 지고 해임돼야 하고 형사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며 “원 원장의 퇴진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 파출소를 피하려다 경찰서를 만나는 한이 있더라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이 이렇게 어설프게 일을 벌였을까 하는 의혹이 있다”면서 “갈등하고 있는 다른 기관이 사건을 (외부에) 알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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