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자연경관에 뽑히자”… 제주도는 지금 국제전화중

Է:2011-02-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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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자연경관에 뽑히자”… 제주도는 지금 국제전화중

제주 공무원들 전화통 붙들고 있는 사연

제주도가 뜨겁다. 비영리재단 뉴세븐원더스가 세계인의 투표로 선정하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여기에 도전한 제주도가 지난해 7월 후보지 중 28위 안에 진입하자 한층 고무된 분위기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장인 정운찬 전 총리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은 건국 이래 최대의 국가 경사이자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일”이라며 국민적 투표 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 표를 보탰다. 세계인의 ‘인기투표’가 한국에선 ‘국가적 사업’이 된 셈이다.

이런 양상은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2007년 선정한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 투표 때도 비슷했다. 당시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대다수 국가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자국민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페루 정부는 국민들에게 무료 인터넷선을 설치해주며 투표에 앞장섰고, 멕시코 정부는 자국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에 투표 독려 광고를 게재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당시 브라질 대통령도 적극 나섰다. 그 결과 브라질의 거대 예수상이 세 번째로 많은 표를 얻어 선정됐다.

이에 대해 서방 언론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1931년 건립돼 역사가 짧은 이 조각상이 불가사의로 꼽힐 만큼 독특한 건축양식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당시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2달러를 재단에 기부하면 한 표를 더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재단의 장삿속이란 비판, ‘7대 불가사의’ 타이틀을 돈으로 사는 행위란 비판이 나왔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과 이집트 피라미드 등 이미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은 문화재들이 7대 불가사의 선정에서 탈락한 점도 이런 비판을 가중시켰다.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신 7대 불가사의’ 21개 후보에 포함됐던 피라미드의 나라 이집트는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세계인의 이목을 끌려고 벌이는 일종의 이벤트”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2007년 7월 ‘세계 신 7대 불가사의’가 발표되자 수 윌리엄스 유네스코 대변인은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문화유산 보존보다 상업적 목적에 행사를 이용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재단으로부터 수차례 협조 및 동참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를 당시 유럽 언론들은 예견하고 있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선정에 앞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국민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개발도상국 위주로 선정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7대 신 불가사의 중 6곳이 인구 순위 40위 안에 드는 ‘유권자가 많은 나라’였고,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투표 독려 캠페인이 벌어진 곳이었다. 신 7대 불가사의 선정은 비교적 흥행한 행사였지만, 상업적 의도에 세계가 휘둘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주도는 투표 중

“서귀포시 공무원의 전화투표 건수가 26만여 건인데 제주시는 4만여 건밖에 안 됩니다. 투표에 앞장서야 합니다.” 김병립 제주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서귀포시와의 투표 경쟁을 선언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서귀포시청에서 26만2000건, 제주시청에서 4만3000건, 제주도청에서 1만3000건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규직 공무원 1명당 서귀포시 247.1건, 제주시 28.8건, 제주도 5건 중복 투표를 한 셈이다. 뉴세븐원더스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투표(무료)는 1인당 한 번밖에 할 수 없지만, 유료인 국제전화 투표는 무제한 허용된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의 전화비도 치솟았다. 행정안전부 단일 요금망을 이용해 주로 투표가 이뤄졌고, 그 비용은 제주도청이 지불했다. 지난해 10월 588만원에 불과하던 전화비가 11월 2009만원, 12월 6353만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12월 전화비는 2009년 12월과 비교할 때 62배나 증가한 것이다.

그래도 제주도는 공무원들의 중복 투표를 계속 유도하고 있다. 지난 10일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전 추진사항 제1차 점검회의가 열렸다. 제주도 산하 각 기관이 투표 실적과 계획을 발표했다. 본보가 입수한 당시 회의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청 공보관실은 24명 전 직원이 업무 시작 전, 점심시간, 퇴근 전 등 하루 세 차례 50통 이상 전화투표를 실시했다.

제주시는 휴직자 등 아직 인터넷 투표를 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한 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장기병가 6명, 출산휴가 9명, 휴직자 2명에 대해 전화 연락 등을 통해 투표를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서귀포시는 가족을 동원해 공무원 1명당 인터넷 투표 인증서 10개 갖기 운동을 전개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제주대학교는 500만명 투표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고, 제주경찰청과 한라병원 관계자들도 전화 투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런 투표 열풍에 뉴세븐원더스 재단 집계에서 제주도는 지난달 경쟁 후보 중 ‘최근 4주간 투표 성장률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표에선 27위에 그쳤다. 제주도는 이것도 국내 글로벌 기업을 동원해 외국인 표를 높여가겠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대 교수는 “물론 제주도가 선정돼 세계적 관광지로 알려지길 바란다. 그러나 스위스 영화제작자가 창설한 민간단체에서 진행하는 세계 인기투표에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다. 제주도에선 이런 의견을 개진했다간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 “이건 지나치다”

제주관광공사는 2007년부터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지원했다. 올레꾼들 상대로 이벤트를 열고,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제주도가 왜 7대 자연경관에 뽑혀야 하는지 홍보했다. 한국계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35)가 지난해 5월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 홍보대사’로 선정되면서 홍보 효과는 급상승했다. 지난해 12월엔 범국민추진위원회가 탄생하면서 국민적인 지지를 얻었다.

-경쟁 국가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아직 우리만큼 하는 나라는 없어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의 ‘사해’는 각국 언어로 홍보문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려놨고요. 베트남 하롱베이, 인도네시아 코모도 국립공원도 좀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뉴세븐원더스 홈페이지에선 ‘7대 자연경관’ 외에도 ‘7대 미녀’ ‘7대 아티스트’ 등 수백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네티즌들이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인기투표입니다. 재단이 홈페이지 홍보하고, 이벤트 아이템을 얻으려고 네티즌들에게 이런 코너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 홍보 효과는 어느 정도라고 예상하나.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됐던 페루 마추피추는 최대 70% 관광객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번엔 제주도가 이슈화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만 보면 이번 행사가 7대 불가사의보다 세계인의 관심을 좀 더 받는 것 같습니다.”

-중복 투표 캠페인과 공무원 동원은 어떻게 생각하나.

“선진국 정부에서 이렇게 사업 진행하면 언론의 비판을 받을 테지만, 개발도상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 쪽은 정부가 나서고 조직을 동원한 중복 투표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해 왔어요. 그러면, 뉴세븐원더스는 이렇게 반박해요. ‘그러니까 전 인류적인 인기투표 아니냐. 뭘 그런 걸 갖고 정색해서 비판하느냐’고.”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자연과학 분야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곳이다.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 섬’으로 홍보하는 게 낫지 않나.

“소비자가 관광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그런 것과 조금 달라요. 지금도 일본의 제주여행 상품 중에 ‘트리플 크라운’이란 홍보 문구가 없는 곳이 없어요. 이렇게 보면 됩니다. 유네스코의 트리플 크라운에 선정되면 ‘내셔널 지오그래피’에서 취재하러 오는 것이고, 7대 자연경관에 뽑히면 연예 프로그램에서도 촬영하러 오는 거예요. 다른 영역의 가치인 겁니다.”

제주도=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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