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교회 카페의 고급 커피향
즐겨찾는 카페가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역 건너편 옛 경성방직, 즉 ‘경방’ 사무동을 개조한 카페입니다. 적벽돌 구조의 이 건축물은 한국근대사의 중요한 산업시설이었습니다. 1970년대 전후 학생이었던 분들은 영등포가 한국의 대표적 공업지대였음을 배웠을 것입니다. 경방은 그 영등포에 위치한 대표적인 면방업체였습니다. 1919년에 설립됐고요.
어렵게 살아남은 이 건물은 2004년 12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이 문화재를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만든 것이지요. 높은 천장, 적벽돌이 주는 고풍스런 분위기와 안온함 때문인지 자리 차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울 한복판 새문안교회 재건축 이야기를 이번 호 프런트로 잡았습니다. 정동교회와 함께 한국교회사의 상징적인 교회입니다. 새 성전은 교회 뒤쪽에 담을 없애고 길을 내 세상 사람과 소통한다는 것에 의미를 크게 두었습니다. 지금 성전을 허무는 것이 아쉽습니다만 현대건축물이어서 보존의 가치가 효율성보다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새 성전 건축가 최동규씨 말이 인상적입니다. “요즘 대형교회 건물의 십자가를 가려 보십시오. 대형마트나 스포츠센터 같지 않나요.”
지난해 강남 사랑의교회 신축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되십니까. ‘크고 호화롭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데 여기서 ‘크다’는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교인이 많으면 당연히 교회가 커야지요. 예를 들어 적벽돌로 예배를 위해 크게 짓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호화 스포츠센터 같기 때문입니다. 속이 훤히 비치는 최신 건축 기법의 교회 카페에서 고급 커피를 몇 백원에 마시는 풍경이 시민에게 드러납니다. 싼 커피는 동네 상권을 죽이고요. 교회 내 카페테리아 음식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교회는 모든 걸 갖춘 편의공간이 되어선 안 됩니다. 담백한 예배 공간이어야 합니다. 식사와 커피는 세상사람 만나 해야지요.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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