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고상두] 국가복지의 덫에 걸린 유럽
인간은 복지 없이 살 수 없다. 복지는 인류와 오랜 역사를 함께했다. 농경사회에서는 자식을 많이 낳았다. 자식은 어릴 때부터 노동력을 제공했고, 부모가 늙으면 부양해 주는 보험의 기능을 했다. 만일 가족 모두가 큰 질병을 앓거나 궁핍해지면 친척이나 이웃이 도와주었다. 가족공동체의 해결 능력을 넘어서는 어려움이 생기면 사회 공동체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이다. 그런데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사회부조를 국가가 떠맡았다. 복지가 사회보험에서 국가보험으로 전환된 것이다.
국가복지는 강제적 복지다.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지출했던 비용을 국가가 징수한다. 건강한 이웃이 병든 이웃을 위해 제공했던 도움이 국가를 거쳐 제공된다. 국가는 복지 업무 수행을 위해 직원을 채용하고, 건물을 짓고, 사무집기를 구입하는 행정비용을 들인다. 공동체의 사회보장이 국가를 경유하면서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흔히 행정적 비효율성 기준은 30%다. 예를 들어 기부금이 수혜자에게 70% 이상 전달되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수십년째 복지개혁 논쟁
유럽의 경우 국내총생산에서 국가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0%다. 국민이 100원을 벌면 국가가 50원을 가져가서 쓴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절반이 복지 지출이다. 최근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유럽의 몇몇 나라가 과도한 복지 예산을 삭감하려는데, 국민들이 폭동으로 저항하고 있다. 왜 국가의 재정위기에 국민들이 협조하지 않을까.
유럽의 복지국가는 국가가 국민의 모든 복지를 책임진다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급여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보험 명목으로 원천징수하는 것을 감수했다. 그런데 복지를 책임지겠다던 국가가 예산이 부족해 복지 수준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보험회사에 평생 보험금을 부었는데 보험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보험급여를 축소하겠다고 하면 우리도 항의를 하고 소송을 걸 것이다.
과거 유럽은 복지 수준을 올리는 경쟁을 했다. 여기에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없었다. 표를 얻기 위해 경제적 여력만 허락하면 복지를 확대했다. 1970년대에 고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유럽은 국가복지의 부담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유럽에서 복지 개혁이란 복지 수준을 줄이는 노력이다.
한꺼번에 복지 수준을 줄이기에는 국민의 저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복지 개혁이 수십년째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1994년에서 2004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예산을 겨우 3% 줄였는데, 스웨덴은 71%에서 59%로 줄이는 데 성공해 복지국가의 위기를 극복했다.
유럽의 새로운 정치 이념인 ‘제3의 길’은 사민주의에 신자유주의를 가미하려는 이념이다. 제3의 길은 국가복지를 축소하고 사회복지를 늘리려고 한다. 사회보장의 강제성을 자발성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국가는 사회안전망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그 이상의 복지 서비스는 시민사회가 떠맡도록 하는 구상이다.
한국형 복지체제 갖춰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회보장 전통을 가진 나라다. 조선 500년간 충효는 최고의 가치로 숭상되었다. 모든 나라에 부모에 대한 효 문화가 있지만, 우리처럼 사회 최고 이념이 된 나라는 전무하다. 한국인은 친척과 이웃을 돕는 마음 또한 남다르다. 아마 이러한 전통 때문에 한국인은 정이 많은 민족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서구는 복지를 국가가 떠맡음으로써 가족과 이웃공동체의 해체를 촉진했다. 우리는 사회보장에 대한 국민의 자발성과 도덕적 의무감을 적극 활용한 한국형 복지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눔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복지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상두 연세대 유럽지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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