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강원에 한우 재앙이라니”… 평창·화천서도 구제역 첫 발생
“사람으로 치면 역병이 도는 거여, 역병이…. 여태 이런 일이 없었는데 불안해 죽겠네.”
22일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강원도 횡성에서는 구제역 차단을 위해 생석회가루가 도로에 새하얗게 뿌려졌고 차량용 소독장치는 쉼 없이 자욱한 물안개를 뿜어댔다. 숨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다. 통제원들은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시내로 진입하는 차량들을 소독장비가 설치된 곳으로 유도했다.
‘명품 한우의 고장’인 강원도 횡성군 주민들은 평창과 화천의 구제역 발병 소식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거리를 분주히 오가는 방역차량과 흰색 방제복을 입은 통제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우사육농가가 밀집한 우천면 일대 모습은 화생방 훈련을 연상케 했다. 마을입구와 축사 근처마다 생석회가루가 가득했고, 일부 농가는 ‘출입금지’ 알림판을 내걸고 농기계로 축사 입구를 틀어막았다.
강원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횡성군은 구제역이 경기북부 지역을 초토화한 데 이어 인접지역인 평창까지 밀고 들어오자 공무원 540명 전원에게 비상소집을 발령했다. 횡성나들목과 둔내·새말나들목 등 5곳에서 운영하던 통제소도 둔내면 화동리와 안흥면 상안리, 공근면 창봉리 등 11곳으로 늘렸다.
현재 횡성에서 횡성한우 브랜드육으로 사육되는 한우는 1500여 농가 3만8000마리. 대부분 집단사육되고 있기 때문에 구제역이 유입되면 되돌릴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한다. 횡성한우 매출이 연간 8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구제역 유입은 지역경제에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것과 다름없다.
구제역이 발생한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는 하루 종일 초상집 분위기였다. 일부 주민들은 살처분을 앞둔 소에게 마지막 여물을 주며 울먹이기도 했다. 주민 박기복(67)씨는 “자식처럼 키운 소를 도저히 집 앞에 묻을 수 없어 보이지 않는 곳에 묻어 달라고 담당 공무원에게 사정을 했다”며 “뒷산에 가서 목이라도 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사격장에서 훈련을 하려던 군인들도 방역당국의 저지를 받고 발길을 돌렸다.
한편 정부는 경북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경기도에 이어 강원도까지 확산됨에 따라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을 하기로 결정했다. 구제역 예방백신을 실시하는 것은 2000년에 이어 두 번째다. 또 구제역 위기경보 수준을 현재의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올리기로 했다.
횡성=정동원 기자 cdw@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