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러시아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볼쇼이극장’서 매진행렬
한국 무용수들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가장 밝은 별로 빛났다. 객석은 가득 찼고, 관객은 이방인 무용수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은 지난 7일과 8일 러시아 볼쇼이극장에서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했다. 국립발레단이 세계 발레의 중심지 중 하나인 볼쇼이극장에서 주역으로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볼쇼이극장에서 러시아 무용수가 아닌 다른 국적 무용수가 주역으로 참여하는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 발레가 어느 정도로 성장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했다. 볼쇼이극장 본관은 2011년 재개관을 목표로 현재 공사 중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850석 규모인 볼쇼이극장 신관에서 진행됐다.
국립발레단은 김주원 김지영 김현웅 이영철 윤전일 송정빈 윤혜진 이수희 등이 이틀간 번갈아 무대에 섰다.
7일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편에서 만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은 “볼쇼이 극장장께서 얘기하길 다른 나라 무용수가 초청돼 무대에 선 것 중 제일 많은 숫자가 4명이라고 했다”면서 자랑스러워했다.
김주원은 “함께 무대에 선 러시아 무용수 절반 이상이 볼쇼이 발레학교 선후배여서 잘 도와줬다”면서 “저를 아는 무용수도 많았고, 지난해 모스크바 콩쿠르에서 은상을 받은 이동훈 김리회가 이번에 왔는지를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다. 한국 무용수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무용수들이 꾸민 7∼8일 공연의 표는 모두 매진됐다. 객석의 90% 이상은 러시아 관객이었다. 볼쇼이극장 신관은 객석에 비해 무대가 깊고 넓어 관객은 무용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2008년 국내에서도 공연된 적이 있다. 아나톨리 익사노프 볼쇼이 극장장이 내한해 공연을 관람했다. 당시 그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신체적 조건이 월등한 러시아 무용수들은 군무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동작 하나하나가 힘에 넘쳤고, 무대는 전체적으로 꽉찬 느낌이었다. 2008년 한국 공연보다 군무 숫자가 배로 많아 화려함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우리 무용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모든 의상과 무대 소품을 러시아 현지에서 직접 제작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다른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과 달리 남성 무용수를 많이 활용해 동작에 힘과 에너지가 넘치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한국 무용수들은 지난 4일 입국해 내면 연기를 섬세하게 할 수 있도록 맹연습했다.
공연은 현지 관객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유부피 볼로피냐씨는 “아들이 처음 발레를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옆에 있던 아들 이반은 “줄리엣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수줍게 말을 꺼냈다.
한국 발레가 예술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한국과 러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한다는 대의명분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모스크바=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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