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正’에 역행하는 공무원들… 2년 6개월 동안 금품수수·횡령 등 400건 이상 적발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한 ‘공정한 사회’를 대민(對民) 현장에서 구현해야 할 공무원들의 ‘불공정한’ 행태가 최근 3년간 400건 이상 적발된 것으로 24일 드러났다.

국세청 고위 공무원은 세금 감면 명목 등으로 납세자로부터 무려 15억980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가 지난 6월 파면됐다. 기업이 출시한 신제품 인증 업무를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공업 연구관은 업체 관계자로부터 수시로 금품을 받아오다가 덜미가 잡혔다. 이 공무원은 19차례에 걸쳐 10억3000만원을 챙기며, 인증 관련 업무를 공정하지 못하게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이 2008년 1월부터 올 6월말까지 2년6개월 동안 국무총리실 산하 중앙징계위원회가 징계를 심의한 435건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파면·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공무원이 92명으로 집계됐다. 감봉·견책 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224명에 달했다. 특히 금품수수와 횡령 등 비리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공무원도 50명이었다. 중앙징계위에 올라오지 않고 소속 기관에서 자체 징계한 건수까지 감안하면, 비위 공무원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에는 시민들이 낸 문화재 관람료를 몽땅 횡령한 문화재청 공무원도 2명이나 있었다. 둘은 각각 75차례 7864만여원, 235차례 7558만여원을 가로챘다. 심지어 국민들의 권익보호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A서기관은 민원을 해결해 준다는 명목으로 뇌물 3000만원을 받았다가 지난해 10월 파면됐다.

부당한 압력 행사도 다반사였다. 행정안전부 5급 사무관은 행안부가 설립을 허가한 S재단 직원 채용에 영향력을 직접 행사하다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중소기업청에 근무하는 B서기관은 올 1월 H컨설팅협회 상근 부회장 연임을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가 적발됐다.

이처럼 공무원들의 비리가 광범위하고 부도덕하게 자행되고 있지만,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외교통상부 고위 외무공무원은 지난해 7월 대사관저 운영경비를 유용했음에도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았다. 국고를 손실하고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난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 4명 가운데 1명만 1개월 감봉조치를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 C서기관은 지난해 사망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했지만 견책 처분만 당했다. 성매매를 했거나 성추행을 한 보건복지부 사무관 등 3명은 견책 처분을 받았고, 외교부 고위 외무공무원은 2008년 7월 인턴 여직원을 성희롱했지만, 역시 견책 조치됐다.

정 의원은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한 현 정부가 내건 공정한 사회는 알맹이 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레토릭(수사)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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