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강제동원은 한·일 양국이 함께 청산해야 할 현재史”

경술국치 100년 기획 잊혀진 만행… 일본 戰犯기업을 추적한다

제4부 국치 100년, 이젠 해법 찾아야

④ 전문가 좌담 (끝)

국민일보는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지난 3월 1일부터 6개월간 연재해 온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 기획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를 언론사 최초로 집중적으로 파헤친 기획물입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1부에서는 이제껏 일본 정부 책임론 아래 숨어 있던 재벌급 전범기업들의 만행을 해부했으며, 2부에선 한국에 다소 생소한 기업들의 인권 유린 실태를 추적했습니다. 3부에서는 시선을 일본 국외로 확장해 남양군도(南洋群島)와 러시아 사할린 비극의 현장을 취재했고 한반도 전역에서 벌어진 국내 동원 전체 현황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4부에 들어서면서 다시 독일과 중국 현지를 찾아 전후(戰後) 보상의 서로 다른 모델을 분석하고 제시했습니다.

마지막회로 일본 정부·기업들의 사죄와 배상 등 전반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정치권에서 강창일 민주당 의원, 학계의 김광열 광운대 동북아대학 학장, 법조계에선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소위 위원장 최봉태 변호사, 그리고 정부 쪽에선 정선태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강제동원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습니다. 좌담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본사 5층 대회의실에서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좌담 참석자 (가나다순)

▶강창일 민주당 국회의원

-제주 4·3 연구소 소장,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역임

-도쿄대 석·박사

▶김광열 광운대 동북아대학 학장

-한일민족문제학회 회장

-히토쓰바시대 석·박사

▶정선태 강제동원 조사위원회 위원장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법령정비팀장

-현재 법제처장 내정자

▶최봉태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소위 위원장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역임

<사회=박정태 특집기획부장>

# 강제동원은 과거사가 아닌 현재의 문제

-일제 강제동원이 우리 역사에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무엇인가. 과거사를 청산하지 못하면 한·일 관계의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광열 교수=강제동원 피해자들은 광복 직후 ‘우리들이 받아야 할 미수금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일본 기업은 ‘귀국하면 나중에 차차 해결해 주마’라는 식으로 말했다. 임시방편이었다. 피해자들은 귀국 후 정부에 미수금 해결을 요구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이 돈을 찾는 데 제대로 도움을 준 적이 없다. 역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는 힘없는 민초들이다. 그들은 자기의 재산권을 정부가 되찾아 주리라고 믿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후유증으로 남았다. 얼마 전 고교 역사교과서를 봤다. 강제동원이 어떻게 기술돼 있을까 궁금했다. 딱 두 줄밖에 없더라. 과연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피해 당사자에겐 회한의 상처를 남겼다.

△최봉태 변호사=일제 피해자 문제는 과거사가 아니다.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이상 현재의 문제다. 아버님이 일본에서 돌아가셨는데, 어디서 돌아가셨는지, 유골은 어디 있는지 자식들이 찾지 못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99엔’을 받는 일이 지금 발생하고 있다. 해결이 쉽진 않다. 식민지 피해를 당했으니까 민족문제의 성격이다. 없는 사람들이 끌려갔으니 계급문제이기도 하다. 전쟁 피해 관련 부분이니 평화문제다. 근로정신대 같은 경우 여성문제다. 이렇게 중층적 성격을 갖고 있다. 결국 강제동원은 이 시점에서 우리가 청산해야 할 문제다. 특히 동아시아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이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동아시아의 가장 시급한 미래 문제다.

△강창일 의원=강제동원은 이산가족 역사의 시작이다. 6·25전쟁만 가지고 이산가족을 이야기하는데, 이때부터 가족 공동체가 깨져 버린 것이다. 조선총독부의 계획 아래 최소 100만명이 강제동원에 포함됐다. 광복 후 복원되지 않았고 지금도 사할린, 위안부, 재일동포 문제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미완의 청구권 협정, 일본 정부와 기업 압박해야

-일본 정부와 기업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보상해야 한다. 독일식 재단 설립이 필요한 건지, 중국 피해자들을 상대로 니시마츠건설이 한 것처럼 개별 기업이 해줘야 하는 건지, 구체적인 견해를 말해 달라.

△최 변호사=법치주의 원칙에 따르면 된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의 법적 책임을 면하려면, 채무 변제에 대한 책임을 다했어야 했다. 협정 때 피해자 관련 명부와 보상금을 제공하고 ‘이걸 일괄적으로 한국 정부가 대신해서 해결해 달라’ 이랬으면 일본 정부가 면책되고 한국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 그런데 2005년 한국에서 공개된 협정 문서를 보면 그 당시 넘어온 돈에 대해 우리만 청구권 자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일본 정부는 경제협력자금이고 독립축하금이라고 한다. 경제협력자금이라는 것은 피해자에게 가서는 안 될 돈이다. 이런 돈을 주고 나서 한국 정부가 책임지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가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고 한국 정부는 책임이 없느냐, 그건 아니다. 한·일 협정으로 피해자들이 일본 가서 권리구제를 받는 데 지장을 초래한 한국 정부의 책임도 있다.

△김 교수=평화적인 한·일 관계 만들기의 하나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기금을 만들라고 촉구하는 것이 옳다. 단, 우리 문제는 독일과는 좀 다르다. 독일의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이 만들어지기까지 미국에 있는 유대인들의 조직적 압력이 굉장했다. 독일이 미국 시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컸다. 그게 독일 정부나 기업이 기금 마련을 결심한 배경이 됐다. 우리의 경우 이런 조직적 운동이 어렵다면 도의적 차원에서 압박할 필요가 있다.

△정선태 위원장=독일식 재단 형태로 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우선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내년 재단 설립에 역점을 두고 위원회가 나서 달라는 민원을 피해자 단체로부터 계속 받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가 그 같은 기능은 할 수 없어 아쉽다.

△강 의원=한·일 청구권 협정은 국제법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사인(私人)의 청구권은 국가가 담보할 수 없다. 개인의 보상 청구에 대해 국가가 대신할 수 없다는 게 다수설이다. 일본 정부가 특별법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 변호사=일본에서도 한·일 협정을 이유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그런 논리가 일본에서도 있었는데, 지금은 바뀌었다. 2007년 4월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은 한·일 협정으로 인해 일본에서 재판을 통해서는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단지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게 판결 취지다. 기금은 현실적 대안이다. 그러려면 우리가 일본 정부나 기업에 기금을 내야 할 법적·도덕적·역사적 필요성을 명확하게 인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왜 최고재판소 판례에 따르지 않느냐고 강력히 주장하는 등 치밀하게 설득해야 한다.

# 일본 정부는 후생연금 명부 자료 제공해야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의지다. 정부 차원에서기금 및 보상과 사죄를 촉구할 방법이 있는가.

△정 위원장=위원회가 23만명의 피해조사 신청을 받았는데 그 중 16만명이 노무자다. 군인 군속이나 위안부는 일본 정부가 관련 기록 관리를 잘 해왔고 지금 90%까지 피해조사를 마쳤다. 문제는 노무자다. 반도 못했다. 왜냐하면 국내엔 기록이 없고, 일본 기업은 아예 자료가 없다고 하고, 일본 정부는 개별 기업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기업이 제출한 노무자 공탁금 명부나 후생연금 명부 등 2차 자료만 주고 있다.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에게 지원하고 싶어도, 근거가 없어 지원을 못하는 곤란한 상황이다. 국회 차원에서 일본에 촉구해 달라. 후생연금 명부가 됐든 노무자 공탁금 명부가 됐든, 기초 자료라도 일본 정부에서 제대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여건 성숙이 필요하다.

△김 교수=이 대목에서, 한국 정부가 역할을 좀 해야 한다. 70년대부터 일본 정부로부터 강제동원 관련 자료들이 몇 차례에 걸쳐 국내로 들어왔다. 근데 그 자료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체계적인 분석을 못했다. 그것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국내에서 해야 한다. 빠진 자료를 정확하게 지적해서 요구하면 일본 정부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최 변호사=자료가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미쓰비시중공업과 근로정신대 피해자 문제를 두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자. 들리는 이야기로 미쓰비시는 피해자들하고 일괄적으로 화해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그 경우 미쓰비시에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피해자가 몇 명인지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제일 좋은 것은 미쓰비시가 스스로 자료를 내놓는 것인데 기대하기 힘들다. 후생연금 명부라는 게 있다. 거기에 기업체 근무기간이나 임금, 이런 부분이 나온다. 후생연금 명부의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부분을 내놓으라고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미쓰비시 입장에서도 포괄적으로 기금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다. 미쓰비시는 근로정신대 외에 수많은 징용자를 끌고 갔다. 이번 화해가 성립되면 나머지 피해자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또 신일본제철 등 다른 회사로도 확장할 수 있다.

# 국내 동원 피해자도 지원 대상 포함돼야

-우리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반도 국내 동원은 위원회 지원 대상에서 빠졌고, 피해자 지원 특별법에 따른 지원금 환산(‘1엔=2000원’) 규정도 문제다.

△정 위원장=‘1엔=2000원’은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결정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사 제청을 해서 현재 계류 중이다. 만일 위헌 결정이 나온다면 위원회에서 새 기준을 마련해 국회 승인을 받아 조치하려 한다. 국내 동원 지원 문제도 입법 사항에 속한다. 국외 강제동원자만 지원하도록 국회가 법을 만들었다.

△김 교수=언젠가는 국내 동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일보 시리즈에 새로 보도됐지만, 한국 국내에 미쓰비시 미쓰이 계열 작업장이 다 들어와 있었다. 북쪽에는 특히 신흥 개발지역이 많아 발전소 공장 등 대규모 공사가 많았다. 일본 총동원 체제 아래 한인 청년들이 해외뿐 아니라 한반도에서도 동원된 거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내 동원도 전시동원의 한 부분이다.

공탁금과 관련해 ‘1엔 2000원’ 건은 연구를 해본 게 있다. 도쿄를 중심으로 40년대 초와 2000년대를 비교해 보니까 물가 변동이 최소 1700배다. 여기에 환율까지 감안하면 훨씬 많은 배수가 돼야 한다. 엔당 2000원 계산은 말이 안 된다. 기왕에 정부가 지원한다면 성의를 들여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 수혜기업과 고속도로 이용료의 0.1% 기금 논의

-청구권 자금 수혜를 받은 포스코 등 한국 기업 이야기를 해보자. 포스코 측은 정부 지원 방안이 마련된 뒤에야 피해자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수혜 기업의 역할이 필요한데 정부가 촉구할 수 있는 방안은 없나.

△정 위원장=피해자 측 숙원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라 마라 할 사항이 아니다. 저희 위원회 입장에선 만약 기금이나 법인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그 기준은 위원회의 피해 진상조사 결과라고 본다. 진상조사는 국내 강제동원이든 국외든 다 한다. 내년 2월 28일까지는 피해 진상조사 외의 사업에 대해선 신경 쓸 여유가 사실 없다. 다만 의견 사항은 수시로 관계기관과 국회에 보고한다. 국회에서 이런 것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강 의원=참여정부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가 있을 때다. 경부고속도로와 포스코가 경제협력자금으로 만들어졌다.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쪽하고도 당시 접촉했다.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이용료의 0.1%만이라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내놓자고 해서 총리가 직접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접촉한 적이 있다. 고속도로 이용료 1만원이면 10원을 기금으로 내놓는 셈이다. 부담 안 되는 거다. 포스코도 사회공헌이란 차원에서는 노력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기금이나 재단 설립이 가능하지 않겠나 했다. 정부가 일정 정도 내놓는 기금하고 수혜 기업들 기금을 합치면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난 정부 때 추진하다 스톱된 상태다.

현 정부에서 이 문제에 적극 나서면 여러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법안 문제도 여야 관계없이 논의해 해보겠다. 내년 2월 이전에 재단 관련 법안을 준비하겠다.

△최 변호사=도로공사 포스코 외에 한국전력공사 코레일 한국수자원공사 등 많은 기업이 청구권 자금 수혜를 받았다. 이런 기업들이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피해자 기금으로 출연하고, 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국회에서 법인세 감면을 위한 세제를 정비해 주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명분도 좋고 실리도 있으니까. 이렇게 하면 일본 기업들이 매우 부끄러워할 것이다.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한국 기업들이 먼저 하니까. 국민통합 차원에서라도 참여정부에서 못한 걸 이명박 정부가 해준다면 역사적 과업을 이루는 것이다.

# 미래지향적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나서야

-국치 100주년인 올해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요원하다.

△강 의원=한국 정부가 보다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움직여줘야 한다. 가해자인 일본에서도 여러 움직임이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대한민국 정부는 가만히 있다. 8·15 때 이명박 대통령의 격 높은 수준의 입장 표명을 기대하고 또 해야 한다고 본다. 독도 문제,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그리고 식민지배 성격에 이르기까지 세 가지 차원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조용한 외교’ 하면서 과거 묻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데, 그런 냉소주의 태도가 미래지향의 걸림돌이다.

△정 위원장=한·일 관계가 좀 더 진보된 미래지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본 측 자료가 충실히 넘어와야 한다. 특히 노무자 분야에서 동원된 것은 틀림없는데 자료가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판정불능이나 기각이 돼 지원을 못 받게 된다. 또 하나의 사회 불만이 남을 수밖에 없다. 국회와 정부에 건의하겠지만, 진상규명이든 피해조사든 지원업무든 한·일 관계에서 한 걸음만 나가면 걸림돌을 치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본다.

△김 교수=정부 역할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국권침탈 100년을 맞아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 철학이 담긴 방법론을 정부가 제안했으면 한다. 대일 관계에서 강하게 표명했으면 한다. 또 유골 봉환은 사실 일본이 전부터 털고 싶었던 부분이다. 노무동원자 유해는 2005년 이후 일본 정부가 대대적으로 조사했는데, 그 이후 진전이 없다. 한국 정부가 재촉해야 한다. 최소한 희생된 분들의 유해라도 제대로 규명함과 동시에 격식을 갖춰 들여올 수 있도록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일본 총리 담화는 담화로 끝나선 안 된다. 실질적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국내 학계에서도 연구 축적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공동연구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초연구를 철저히 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연구와 통계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 변호사=이건 과거사가 아니고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드는 작업이다. 일제 침략 및 전쟁 상처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 국치 100년 만에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총리 담화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질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우선 강제동원 명부 공개가 필요하다. 또 일본 정부가 한·일 협정 문서를 공개해 자국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 그래야 화해의 물꼬가 터진다. 미래지향적 문제다. 한국 정부도 길게 보고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본 정부는 단순히 반성해야 한다는 부정적 차원의 접근에서 벗어나 일본 사회의 민주화, 동아시아 공동체 평화 건설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 전범기업의 책임 문제 조명 돋보여

-본보 시리즈에 대해 평가해 달라.

△최 변호사=일제 피해자들은 국민일보에 상을 주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를 이렇게 다뤄주는 신문이 있구나 한다. 이분들은 2등 국민 취급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법 만들 때인 2003년 8월 피해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국적 포기 선언을 했다. 젊은 사람들이 국적 포기 한다면 군대 안 가려는 것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이분들은 나라가 없어져서 온몸으로 나라의 소중함을 느낀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국적 포기 선언을 한 것은 그만큼 국민으로 대우를 못 받았다는 것이다.

△강 의원=언론들이 대부분 6·25 특집에 매달려온 상황에서 강제동원과 관련해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고 보도해준 것은 국민일보 하나뿐이다. 국치 100년인데 언론과 정부에서 왜 이렇게 관심 없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가해자 일본보다 관심이 없다.

△김 교수=종래의 구태의연한 기획특집이 아니라 강제동원 주체인 일본 기업에 초점을 맞춰 시리즈 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학계에서도 연구가 드문 기업의 책임을 집중 조명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국내 동원 작업장을 밝힌 것도 아주 획기적이다.

△정 위원장=국민일보는 막연히 남 이야기 듣고 기사 쓴 게 아니다. 직접 현장에 갔다. 시간을 돌려 과거로 갈 순 없지만 최대한 그 장소와 시점으로 가서 돌아본 게 아닌가 한다. 우리 위원회가 한시적이다. 예산과 조직에서도 제한이 있다. 미완의 숙제를 많이 남길 것 같다. 그 숙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 것이냐에 대해 국민일보가 방향 제시를 해준 걸 높게 평가하고 싶다.

취재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순)

◇국내

△김광열 광운대 동북아대학장 △김명환 강제동원조사위원회 조사3팀장 △김민철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집행위원장 △김인성 일제피해자총연합회 공동대표 △김창록 경북대 법학부 교수 △방일권 한국외국어대 연구교수 △송경섭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간사 △심재욱 강제동원조사위원회 조사4팀장 △양현 조세이탄광 희생자 유족회 부회장 △오일환 강제동원조사위원회 기획4팀장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 △이명수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이명숙 대한변협 인권위원장 △이선영 강제동원조사위원회 조사관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정준모 시나노가와발전소 강제동원 피해자 △정현영 강제동원조사위원회 전 조사관 △정혜경 강제동원조사위원회 조사2과장 △최봉태 변호사 △하승현 강제동원조사위원회 조사2팀장 △한정숙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허광무 강제동원조사위원회 조사3과장

◇해외

△고바야시 히사토모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사무국장 △고쇼 다다시 고마자와대 명예교수 △고타케 히로코 ‘일한회담문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모임’ 사무국장 △곤도 쇼이치 일본 중의원 의원 △귄터 자토호프 독일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 상임이사 △김병권 ‘윤봉길 의사 암매장지적보존회’ 사무국장 △김 빅토르 니콜라예비치 브이코프탄광 총지배인 △김윤덕 가와카미탄광 강제동원 피해자 △전은옥 ‘오카 마사하루 기념 나가사키 평화자료관’ 객원연구원 △김재홍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 한인회장 △나카가와 미유키 ‘제2차 후지코시 강제연행·강제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 연락회’ 사무국원 △다츠미 아키라 홋카이도 사루후쓰촌장 △다카자네 야스노리 ‘나가사키 재일 조선인 인권을 지키는 모임’ 대표 △도가시 야수오 ‘하나오카에서 일본과 중국이 다시는 싸우지 말자고 기록한 우호비를 지키는 모임’ 사무국원 △도노히라 요시히코 ‘강제연행·강제노동 희생자를 생각하는 홋카이도포럼’ 공동대표 △도리스 타우슨프런트 베를린자유대 디지털시스템센터 박사 △리퍼트 볼프람 타우슨프런트 베를린자유대 디지털시스템센터 박사 △모리야 요시히코 전 사세보 공업고등전문학교 교수 △무라카미 도키오 유바리 리조트 총지배인 △미즈구치 고이치 홋카이도 미즈구치 공무점 대표 △볼프 펠리칸 독일역사박물관 미디어기술 담당자 △사오이청 ‘히로시마 야스노 수난자 연합회’ 대표 △쇼지 도키지 ‘하나오카에서 일본과 중국이 다시는 싸우지 말자고 기록한 우호비를 지키는 모임’ 사무국원 △슈강 톈진외국어대 총장 △시라토 히토야스 홋카이도 비바이시 교육위원장 △시바타 도시아키 ‘나가사키 재일 조선인 인권을 지키는 모임’ 사무국장 △신야 히로시 ‘제2차 후지코시 강제연행·강제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 연락회’ 사무국원 △심재길 미이케탄광 강제동원 피해자 △아다치 슈이치 변호사 △야마구치 다케노부 ‘조세이탄광 물 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대표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 △오사나이 고이치 홋카이도 사루후쓰촌 의원 △오이쿠보 아츠시 홋카이도 사루후쓰촌 건축계장 △요코가와 데루오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회원 △우에노 시로 홋카이도 무로란시 강제연행문제연구자 △우치오카 사다오 ‘조세이탄광 물 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회원 △우판근 재일대한민국민단 오무타지부 지단장 △이시무라 히로시 홋카이도 신도쓰가와 농업고등학교 교사 △이일만 도쿄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사무국장 △이토 다모쓰 ‘하나오카에서 일본과 중국이 다시는 싸우지 말자고 기록한 우호비를 지키는 모임’ 사무국원 △정창윤 사할린 한국교육원장 △즈루마 마쓰히코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정 의원 △즈카다 다카야 ‘에오로시 발전소 및 주베쓰강 유수지 조선인 강제연행의 역사를 발굴하는 모임’ 사무국장 △차타니 주로쿠 일본 민족예술연구소 연구원 △채홍철 ‘강제연행·강제노동 희생자를 생각하는 홋카이도포럼’ 공동대표 △크리스틴 글라우닝 독일 강제노동 도큐멘테이션센터 박사 △프란카 쿤 독일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 홍보팀장 △하야시 에이다이 르포 작가

특별기획팀=글·사진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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