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대장의 도전과 성공… 초속 18m 강풍·혹한… 13시간 사투 끝 “여기는 정상”

Է:2010-04-2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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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 헉∼.”

오은선(44·블랙야크)은 27일(이하 한국시간) 히말라야 8000m급 이상 14좌 가운데 마지막 목표인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오르면서 인간 도전의 극한을 보여줬다.

오은선은 정상 바로 직전 수십 m 지점에서 체력 고갈로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숨을 내몰아쳤다. 눈으로 뒤덮인 정상 주변은 절벽처럼 경사가 심했고, 하늘 위로는 강렬한 태양이 작렬했다. 날씨는 맑았으나 기온은 영하 30도에 가까웠다. 13시간 넘게 물 한두 모금밖에 마시지 못한 오은선의 폐는 찢어질 듯했다.

빨간색 방한 점퍼를 입은 오은선은 이날 등정 도중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춥고 졸리고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라고 고통스럽게 말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눈앞에 다가온 정상은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잠깐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했던 오은선은 산꼭대기 몇 걸음 앞에서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해 죽을힘을 다해 엉금엉금 정상으로 기어 올라갔다. 마침내 정상에 오른 뒤 태극기부터 꺼내 기쁨을 만끽했다. 짙은 색 고글을 끼고 있었으나 흐르는 눈물을 숨길 수 없었다. 곧이어 울음이 섞여 떨리는 목소리로 국민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다.

오은선은 당초 지난 25일을 결전의 날로 잡았으나 강풍에 눈까지 내려 이날로 정상 도전 날짜를 조정했다. 전날 안나푸르나 마지막 캠프(7200m)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며 최후 공격을 준비해온 그녀는 이날 새벽 캠프를 출발했다. 오은선은 등반 거리 최소화를 위해 다소의 눈사태 위험을 안고 암벽 계곡을 경유해 오르는 방법을 택했다. 안나푸르나 정상 부근에는 초속 18m의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오은선의 도전을 꺾지 못했다. 오은선은 안나푸르나를 포함해 전체 14개 봉우리 가운데 총 12개를 무산소로 올랐다.

그동안 안나푸르나는 많은 유능한 한국 산악인을 삼켰다. 국내 여성 산악인 최초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오른 지현옥씨가 1999년 실종되는 등 모두 16명의 한국인이 이곳에 묻혔다. 오은선의 이번 등정은 안나푸르나와 한국 산악계의 질긴 악연을 끊었다는 의미도 갖는다.

오은선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북한산에 오르며 산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인 산악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985년 수원대 산악회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키 1m54, 몸무게 50㎏의 아담한 체격인 오은선은 1993년 대한산악연맹이 국내 최초로 에베레스트 여성원정대원을 모집하자 당시 다니던 안정된 직장(서울시교육청)에 미련 없이 사표를 냈다. 보통 1억∼2억원이 드는 히말라야 원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오은선은 스파게티 가게도 운영했고, 한때 학습지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녀는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1997년 7월 가셔브룸 2봉(8035m) 등정에 성공했다.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첫 정복이었다. 오은선은 2004년 5월 아시아 여성 산악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8848m)을 단독으로 올랐다. 계속해서 히말라야 8000m 고봉에 도전하여 지난해 칸첸중가(8586m), 다울라기리 1봉(8167m), 낭가파르바트(8126m), 가셔브룸 1봉(8068m) 등 4개를 무산소로 오르면서 13좌 등정을 이뤘다.

오은선은 그동안 세계 최고 여성 산악인 자리를 놓고 에두르네 파사반(36·스페인)과 경쟁해 왔다. 파사반도 13좌 등정에 성공한 상태였으나 오은선이 14좌 완등을 먼저 이루면서 파사반은 2인자로 남게 됐다. 산과의 사랑에 빠져 아직 미혼인 오은선은 14개 봉우리에 모두 오른 뒤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주변에 내비쳤다고 한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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