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월 시의회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없었으면 지금 서울에 랜드마크라 할 것이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한 시의원이 ‘시장 임기 중 완공이 어려운 사업이 많다’고 질문하자 “10여년 전 시장 재임 때 했던 사업 중 비판 받았던 것이 많다. 그중 하나가 DDP”라며 이같이 답했다.
DDP는 연면적 8만6574㎡,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로 2014년 3월 개관했다. 전시회, 패션쇼, 콘퍼런스 등이 진행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오 시장 1기 시절인 2006년 9월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기획됐다. 오 시장은 당시 “DDP를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와 같은 세계적인 문화시설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DDP를 설계해 오 시장의 구상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DDP는 2009년 착공 이후 건축 기간 내내 비판에 시달렸다. 특히 건물이 지역의 역사성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공격받았다. DDP는 82년 역사의 동대문운동장과 풍물 시장을 철거한 자리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동대문과 어울리지 않고, 공사비 4840억원이 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판은 오래가지 않았다. DDP의 가치는 세계적인 브랜드와 예술가들이 먼저 알아봤다. 이들은 각기 다른 모양의 외장 패널 4만5133장으로 만들어진 DDP를 흥미로워했다. 패널 형태가 모두 다른 건축물은 해외에서도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개관 2년 차에 샤넬 크루즈 컬렉션쇼, ‘디올 정신(Esprit Dior)’ 전시회가 개최됐다. 장 폴 고티에 패션쇼(2016년), 팀 버튼 특별전(2022년) 등도 DDP에서 진행됐다.
DDP는 현재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받는다. ‘불시착한 우주선 같다’,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다’라며 쏟아졌던 비판은 옛이야기가 됐다. 지난해 DDP를 찾은 방문객은 1729만명, 연간 매출은 166억원에 달했다. 누적 방문객은 지난해 1억명을 넘어섰다. 시설가동률 또한 지난해 79.9%를 기록했다. 코엑스 가동률 83.3%와 맞먹는다. 휴일을 제외하면 전시장이 계속 차 있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DDP는 외국인들에게 서울의 랜드마크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2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DDP(23.5%)는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 4위에 올랐다. 광화문(48.4%), 고궁(36.8%), 한강(23.8%) 다음이었다.
시 관계자는 6일 “DDP는 디자인·창조산업의 전진기지로 세계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명소”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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