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참소 앞에
더러운 옷을 입고 서 있는
여호수아 환상을 봤을 때
불에 그슬린 나무와 같은
내 모습에 머리를 둘 수 없었지요
그때 천사를 보내어
더러운 옷을 벗기고 아름다운 옷을 입히며
정결한 관을 머리에 씌워주신
천상의 사랑
이 땅의 찔레와 가시덤불이 제거되고
푸른 새싹이 나는 날,
당신과 나
향기로운 화관을 쓰고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서 다시 만나리.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스가랴는 BC 6세기에 활동한 예언자다. 학개와 마찬가지로 예루살렘 성전 재건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이를 임박한 종말의 때를 맞는 준비작업이라 간주했다. 그는 여호와 하나님이 바벨론 포로 기간에 황폐해진 예루살렘을 회복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시인은 스가랴의 입을 빌려 말한다. 그리하여 '사탄의 참소 앞에 더러운 옷을 입고 서 있는 여호수아 환상'을 보고, '불에 그슬린 나무'라는 성경 구절을 환기한다. '천상의 사랑'은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히며, 정결한 관을 머리에 씌워준다. 이보다 명료한 환상과 확고한 회복의 예언은 있기 어렵다. 시인은 이를 매우 감성적인 어투로 발화한다. 찔레와 가시덤불이 제거되고 푸른 새싹 나는 날, '당신과 나'는 화관을 쓰고 과실나무 아래에서 다시 만나자는 것이다. 이때의 당신과 나는 구약 시대의 백성들인 동시에, 지금 이 시대에 하나님 앞에 함께 서 있는 우리이기도 하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