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는 그리스어로 ‘엑소더스(Exodus)’라 합니다. ‘~로부터 밖으로’라는 뜻의 ‘ex-’와 ‘길,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을 의미하는 ‘hodos’가 합쳐진 말입니다. 즉 ‘모두가 가는 길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성경에서 ‘애굽’은 세상 사람들이 따르는 풍요와 편안함의 길을 상징합니다. 비옥한 나일강을 중심으로 번성한 애굽은 농업 경제 군사 면에서 안정된 나라였고 문명의 꽃을 피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록 애굽의 지배 아래 고통받고 있었지만, 그들 역시 그 화려한 문명을 마음속 깊이 동경했습니다. 하나님은 먼저 그들을 육체적 억압에서 해방하셨지만 더 깊은 뜻은 그들을 ‘세상의 길’에서 불러내 ‘여호와의 길’로 걷게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출애굽기는 바로 이 영적 훈련과 정체성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문명의 이기와 욕망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돈 명예 음식 술 성적유혹 등 수많은 것들이 우리를 흔듭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어느새 하나님의 길이 아니라 애굽의 길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자녀로 택하셨지만 우리는 종종 세상 정체성을 다시 입고 살아갑니다. 마치 ‘리턴 투 애굽(Return to Egypt)’,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그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으니라.”(마 7:13~14) 다시 세상의 넓은 길로 향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또 한 번 ‘엑소더스’, 세상으로부터의 결단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를 택하고 부르십니다. 모세를 세우셔서 이스라엘을 건져내신 것처럼, 세상의 유혹에 빠진 이들을 생명의 길로 이끌기 위해 부르십니다. 택함은 단순히 신분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다른 길을 선택하고 하나님의 뜻을 붙들어 싸우는 삶입니다. 모세가 바로를 상대해야 했던 것처럼 우리도 세상의 권세와 유혹 앞에 설 때가 옵니다. 그래서 택함은 영광이면서 동시에 싸움의 부르심입니다.
모세는 “나는 본래 말을 못하는 자니이다”(출 4:10)라며 주저했고 “보낼 만한 자를 보내소서”(출 4:13)라 말했습니다. 하나님은 노하셨으나 그를 버리지 않으셨고 오히려 그의 손에 들린 지팡이를 사용하셨습니다. 왕궁의 영광을 잃고 광야에서 양을 치던 모세에게 지팡이는 그저 초라한 도구였지만, 하나님은 그 초라한 지팡이를 통해 능력을 나타내셨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았더라.”(출 4:20) 그 순간 지팡이는 모세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 손에는 무엇이 쥐어져 있습니까.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하나님이 함께하시기만 하면 그것은 능력의 도구가 됩니다. 하나님은 모세의 지팡이를 통해 일하셨듯 여러분의 손에 있는 것을 통해 역사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애굽의 고통 속에 있던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모세를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나님은 이 시대의 모세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택한 족속, 왕 같은 제사장, 거룩한 나라로 부르심 받은 우리가 방황하는 영혼들을 주님께로 엑소더스 시키는 통로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이상범 러빙처치 목사
◇이상범 목사는 강서대학교에서 신학(MDiv)을 공부하고 경기도 안산에 그리스도의교회 소속 러빙처치를 개척해 2년째 목회하고 있습니다. 지역 학생들을 위한 라면파티와 사랑방 러닝 클럽 등으로 지역 커뮤니티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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