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편하네”… 주차의 진화

Է:2025-12-0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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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파킹하고 AI가 빈자리 안내
건설사 ‘스마트 주차’ 경쟁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발달하면서 건설업계가 ‘주차장’에 주목하고 있다. 주차가 도심 속 주거와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면서 주차 공간 혁신에 나선 것이다. 주차 로봇으로 만성적인 주차 공간 부족 해결을 꾀하거나, AI로 입주민이나 자동차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스마트 주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승하차 빈틈 줄여 공간 극대화

‘주차 로봇’은 대표적인 스마트 주차 기술이다. 명칭 그대로 사람 대신 로봇이 스스로 주차를 한다. 높이 10㎝ 안팎의 납작한 판 모양의 주차 로봇이 차량 바퀴 틈새 하단으로 진입한 뒤, 바퀴를 들어 올려 빈 주차 공간에 차를 옮겨 놓는다.

기존 기계식 주차장은 ‘차량을 들어 올려 층간 이동하는 설비’에 가깝다. 하지만 주차 로봇은 창고 물류센터의 무인운반시스템(AGV) 방식의 이동형 로봇이 차량을 감지·운반·정렬하는 일련의 과정을 자율주행 기술로 수행한다. 카메라와 센서, 실시간 위치 추정 기술 등을 활용해 장애물을 스스로 피하고 최적 동선을 판단한다.

주차 로봇의 최고 강점은 공간 효율성 극대화다. 업계에서는 주차 로봇을 활용하면 약 30%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의 승하차 공간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 차량 간 간격을 줄이고, 통로 폭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둥 간격이나 회전 공간도 최소화한다. 이밖에 ‘문콕’ 접촉사고 감소, 주차 시간 절약, 주차 대기시간 감소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감축 등도 기대된다.

‘자율주행차의 주차기능이 있는데 굳이 주차 로봇이 왜 필요하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차량 단독의 주차를 해결하므로 주차장 수용 능력은 그대로다. 주차 로봇은 주차장 인프라를 바꾸는 개념이고 구형차도 대상이 된다.

현대건설은 현대위아와 ‘로봇 주차 솔루션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건축 단계부터 로봇의 움직임을 고려한 ‘로봇 친화형 주차장 설계’를 목표로 한다. 현대건설은 신규 사업자를 발굴하고 설계단계부터 주차 로봇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맞춤형 구조 설계를 담당한다. 현대위아는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 및 운영 인프라 설계를 맡아 ‘무인 자동 발레파킹’을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위아의 주차 로봇은 높이 약 11㎝의 AGV 두 대가 한 쌍이다. 최대 3.4t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차량 밑으로 들어가 바퀴 위치를 인식한 뒤 로봇 팔로 앞바퀴와 뒷바퀴를 들어 주차한다. 주변 사물과 거리를 파악하는 라이다(Lidar) 센서가 장애물을 인식하고 안전하게 주차하도록 돕는다. 주차장 바닥에는 QR코드가 깔려 있어 로봇이 길을 헷갈리지 않고 정확한 위치를 찾아갈 수 있다.

오피스텔에도 로봇시스템 도입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로 주차 공간 혁신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삼표그룹 계열사 에스피앤모빌리티와 협업해 서울 동대문구에 공급하는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에 주차로봇을 적용했다. 주차 로봇과 무인운반 체계가 결합한 기술이다. 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뿐만 아니라 대수선(전체수리) 단지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사업성 부족으로 사실상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단지들은 주차공간 부족이 심한데, 대수선 과정에서 주차 로봇을 적용하면 주차 대수를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건설이 대수선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는 총 주차대수가 1291대(가구당 1.39대)인데, 주차 로봇을 적용하면 1678대(가구당 1.81대)로 늘어난다.

현대건설은 앞서 삼표그룹과 협업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공급하는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에도 주차 로봇을 도입기로 했다. 시멘트·레미콘 전문기업인 삼표그룹은 계열사 ‘에스피앤모빌리티’를 통해 주차 로봇 엠피시스템(MPSystem)을 개발했다. 엠피시스템은 AGV 방식의 주차 로봇과 무인운반 체계가 결합한 기술이다. 높이 9.9㎝의 주차 로봇이 건물 내 주차 공간을 이동하면서 촘촘하게 주차할 수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주차 데이터와 최첨단 AI 기술을 결합한 ‘래미안 AI 주차장’을 선보였다. 래미안 AI 주차장은 일반적인 아파트 주차장에 구축되는 주차 관제, 주차 유도,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통합 연동해 최첨단 AI 기술과 결합한 주차 공간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서초구에 공급하는 래미안 원페를라에 ‘래미안 AI 주차장’을 선보인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공급한 래미안 원페를라에 ‘래미안 AI 주차장’을 첫 적용 한다. AI 주차 서비스로 입주민의 주차 데이터를 분석해 선호하는 주차 위치, 거주동과 가까운 곳으로 추천·안내한다. 방문 차량에는 사전 예약 정보를 바탕으로 방문하는 동까지 최단 경로와 최적의 주차 위치를 제공한다. 외출할 땐 월패드 등의 출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주차된 층으로 엘리베이터가 자동 호출·운행된다.

가구 내 월패드 등의 출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주차된 층으로 엘리베이터가 자동 호출·운행된다. 삼성물산 제공

AI가 차량 결함까지 인식 알려줘

전기차의 경우 주차장에 들어설 때 최적의 충전 위치로 안내한다. 차량번호를 인식해 자동으로 입주민을 인증하고 충전 요금은 관리비에 합산된다. 충전이 완료되면 해당 가구로 통보해 차량 이동을 유도해 전기차 충전 구역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구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불꽃감지센서 일체형 CCTV가 설치됐다. 곳곳에 설치된 차량번호 인식 카메라로 자익 주차된 차량의 배터리 방전, 타이어 공기압 부족 등 예상 문제점을 알려줄 수도 있다.

주차 공간 혁신을 위해선 제도적·기술적 보완도 필요하다. 주차 로봇의 경우 현행 제도하에서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선 불법이다.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6조의2는 기계식 주차장을 상업지역·준주거지역 등 비주거시설에만 허용하는데, 주차 로봇을 기계식 주차장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제도적 개선·기술적 보완 숙제

다만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7년 12월부터는 아파트 단지 내 로봇운영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과 주거 환경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단지 내 주차 로봇도 허용하려고 한다”며 “관련 기준과 법령 개정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보완도 필수다. 가장 큰 숙제는 안전이다. 외부 돌발 상황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100%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상 외부 주차의 경우 사각지대가 많고, 눈·비·빛·바람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감지 능력이 고도로 정확해야 한다. 주차 시간이 몰리는 아침·저녁 시간대를 버틸 수 있는 충전용량을 확보하고, 주차 속도를 개선할 필요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차가 몰리는 시간대에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준비돼야 한다. 속도 또한 계속 보완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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