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부터 폐지하자

Է:2025-12-0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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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범 서울대 기금교수


수능을 이대로 둘 수 없다. 현재의 선택과목 체제도, 2028학년도에 새로 도입될 공통과목 체제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차마 이대로 눈감을 수는 없다. 문제의 원인은 모두를 한 줄로 세워야 한다는 인식과 시험이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과도한 변별력 집착은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져 학부모의 사교육비 고통과 각자도생 사회를 낳는다. 과도한 변별력, 과도한 경쟁, 사교육비 고통은 우리 스스로 만든 원인이자 결과이며, 여기에 학교 교육의 파행이 더해져 악순환 고리가 완성된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에게까지 이 고통을 안겨주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마음의 습관은 모순적이다.

수능의 문제점은 너무나 명확하며 매년 반복된다. 성적도 없이 지원하는 깜깜이 수시모집, 수능 점수를 몰라서 발생하는 수시 납치,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과 교육과정의 충돌, 사탐런과 문과 침공, N수생의 압도적 우세, 매년 달라지는 점수 분포와 등급 기준, 평생 연구한 전문가도 이해하지 못하는 해답, 생각을 하면 주어진 시간에 풀 수 없는 문항, 지식과 사고력이 아니라 문제 풀이 기술이 필요한 문항 등이다. 수능은 재학생에게 괴물이고, 학원에는 이해가 걸린 사업이며, N수생에게는 두 번째 기회라는 희망이다. 수능에는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얽혀 있고, 고교 유형과 지역에 따른 이해 구조도 매우 공고하다. 그래서 우리는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계속 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린다면 언젠가 바위를 깰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의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정부 교육부 장관은 궁극적으로 수능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수능 폐지는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 필자는 수능 응시 영역을 3개(인문, 수학, 과학)로 축소하고, 논·서술형 문항 및 절대평가를 인문 영역부터 부분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교육과정평가원은 논·서술형 절대평가의 세부 평가 기준을 디자인하고 우리말과 문장에 특화된 AI를 구현하며, 각 교육청은 시범사업을 통해 교사를 훈련시키고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따라서 필자의 제안은 상당 시간에 걸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수시·정시 구분과 전형 설계, 내신 절대평가, 고교 체제, 지역 격차, N수생 문제 등 다른 대입 이슈와 연동된 종합 계획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당장의 고통과 충돌을 빨리 완화해야만 사람이 견딜 수 있고, 그래야만 다음 대책을 적용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가 해결되기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수시모집 수능최저학력기준부터 폐지해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수능과 대입제도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과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다. 교육과정과 수능의 충돌을 조금은 막을 수 있고, 깜깜이 입시도 조금은 해소된다. 대학입시에서 수능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한 대책이다. 교육부는 이미 2028학년도 대입 기본계획을 발표했으므로 교육부가 결정한다면 2029학년도부터 적용할 수 있다. 현 고1 학생이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에 적용하려면 대학이 내년 4월 이전에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이미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2028학년도부터 적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다른 대학들도 행정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 결정에 동참하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안타깝게도 내년 2027학년도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저 견뎌야 할 뿐이다. 수능은 아이의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 수능을 바꾸지 못한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은 계속되고 가난한 미래가 기다린다.

김경범 서울대 기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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