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영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이런 예측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중국에서는 (AI에 필요한) 전기가 무료”라고 언급했다.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AI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AI 산업의 핵심을 찌른 말이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공통적으로 고심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AI는 태생적으로 전력 집약 산업이다. 모델 학습, 데이터센터 운영, 클라우드 서비스 등 모든 단계에서 막대한 전력을 빨아들인다. ‘전기 먹는 하마’인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였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30년엔 1000~2000TWh(한국 연간 전력 사용량 550~600TWh)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도 이런 추세에서 예외일 수 없다. 2023년 나온 정부 자료를 보면 2029년까지 국내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 소요 전력 용량은 4만9397메가와트(㎿)로 추산된다. 이는 지금까지 최대 전력 9만4509㎿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9년까지 요청대로 데이터센터가 지어진다면 1000㎿(1GW)급 발전기 53기가 더 지어져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전력 병목 현상을 초래할 공산이 큰 것이다.
젠슨 황 CEO가 한국에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을 약속하며 AI 두뇌 확보에 숨통이 트였지만, 역시 문제는 이 두뇌를 돌릴 전력이다. GPU 26만장을 모두 가동하고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요한 전력까지 감안하면 대형 원전 1기(1000㎿)가 1년 내내 생산하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AI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중을 비롯한 세계 각국도 전력 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가동을 멈췄던 기존 원전 재가동, 신규 원전 가동 및 신형모듈원전(SMR) 개발, 재생에너지 확충, 석탄·천연가스 발전 병행 등 그야말로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에너지 수급 총력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받아내게 된 현금 투자액 2000억 달러도 전력 인프라 확충에 최우선적으로 투입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재명정부는 ‘AI 3대 강국’ ‘소버린 AI’ 캐치프레이즈 아래 AI 중심 성장을 핵심 국정 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정책 방향은 불안을 남긴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주력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 국내 최대 발전원(31.7%)인 원자력에 대해서는 백안시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화석원료 발전은 아예 방출 대기 선수로 취급된다.
재생에너지 강화는 기후 대응, 유럽의 ‘탄소장벽’ 등을 감안할 때 어려워도 가야 할 당위의 길이다. 다만 출력 변동성과 간헐성의 문제가 있다.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핵심인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공급원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셈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실어나를 송전망 구축도 더딘 상황이다. 정부는 나아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한다는 새 목표를 확정했는데, 이는 전기료 인상과 함께 AI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 전환을 뒷받침할 전력 수급과 탄소중립 달성 사이의 간극은 계속해서 AI 시대의 난제이자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다. 분명한 건 재생에너지만으로 AI를 감당하겠다는 인식은 신기루에 가깝다는 점이다. 원자력이든, 천연가스든 동원 가능한 모든 에너지원 중 최적의 조합을 찾는 일이 현실적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은 AI 시대 10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선언했다. 이 준비를 위한 초석이 전력이다. 지금이야말로 에너지 실용주의가 필요한 때다.
지호일 산업1부장 blue51@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