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체감 난이도는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국어와 수학, 영어 모두 지난해보다 어려웠다. 특히 영어는 절대평가지만 상대평가와 다름없는 수준으로 출제돼 1등급 비율이 4%대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국어, 독서에서 변별력 확보
13일 입시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국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다. 지난해 수능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원점수 만점)이 139점이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진다. EBS 교사단과 입시 업체들은 대체로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이보다 더욱 어렵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이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추정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이었다. 지난해보다 8점이나 높은 수치다. 1등급 구분점수는 132점으로 1등급 내 점수차가 15점이나 났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수험생들도 상당히 어렵게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출제 당국은 주로 독서 파트에서 변별력 확보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진학사는 “킬러문항 대신 텍스트의 개념과 구조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난도 문항으로 독서 8·12번, 문학 34번, 화법과 작문 40번·언어와 매체 36번 문항 등이 꼽혔다. 특히 열팽창과 관련한 과학지문이 사용된 독서 12번이 가장 까다로운 문항으로 지목됐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문에 제시된 선형 열팽창 계수, 곡률, 곡률 반지름, 휨 민감도, 최대 이동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변별도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수학, 공통문항 까다롭게
수학도 지난해 수능이나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가 주류였다. 지난해 수능과 지난 9월 모의평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똑같이 140점이었다. 종로학원이 추정한 올해 수능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1점이다. 1등급컷은 131점이다. 1등급 내 점수 차이가 10점이다. 상위권 변별력이 상당했다는 뜻이다.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은 미적분의 경우 지난해 88점에서 올해 87점, 기하 90점에서 89점으로, 확률과 통계 94점에서 90점으로 각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올해는 공통과목이 어렵게 출제돼 체감 난도를 끌어올렸고 선택과목에서는 확률과 통계가 상대적으로 쉽게, 미적분·기하는 어렵게 출제됐다”고 말했다.
고난도 문항으로는 공통과목에서 함수추론 21번, 지수·로그함수 22번 문항, 선택과목에선 확률과 통계 28번 문항, 미적분 30번 문항, 기하 30번 문항이 꼽혔다. 함수 추론과 지수·로그함수 유형의 21번, 22번 문항은 다른 평이한 수준의 공통과목 문항들에 비해 유달리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공통 과목에서 난이도 격차가 좀 있는 편이라 풀이 시간이 관건이 됐을 것이다. 포기할 문제에 계속 도전한 학생은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지난 9월 모의평가 유사
영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고 지난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영어는 절대평가로 점수가 아닌 등급만 산출되기 때문에 입시 업계에서는 1등급 비율을 난이도 측정 기준으로 활용한다. 지난해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6.2%로 녹록치 않은 시험이었다. 교육 당국이나 입시 업계에서는 통상 7~8% 수준을 적정 난도로 본다.
지난 9월 모의평가는 1등급이 4.5%로 매우 어려웠다. 상대평가에서 1등급인 4%와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상위권 변별력이 높았다는 얘기다. 종로학원의 경우 1등급 비율을 3.8%로 더 어려웠다고 추정했다. 이 추정이 맞다면 2018학년도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래 최저다.
EBS 교사단과 입시 업체들은 킬러문항으로 꼽을 문항은 없었지만 빈칸 추론 등이 까다로웠다고 분석했다. 고난도 문항으론 임마누엘 칸트의 법 관념이 담긴 34번 빈칸 추론 문항을 꼽았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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