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들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오히려 비대면 강의를 늘리고 있어 우려된다. 편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비대면 수업이 확대되면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창의성 교육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창의성은 질문과 토론 속에서 자라는 법인데, 영상 중심의 비대면 강의는 그 토양을 약화시킨다. 느슨한 학사 관리와 취업난에 따른 학점 경쟁까지 겹치며 최근의 ‘AI 커닝’ 사태를 키운 것 아니겠는가.
서울 주요 6개 대학의 지난해 2학기 비대면 강의는 534개에 달한다. 연세대가 321개로 가장 많고 서울대·서강대 등도 늘었다. 감염병이라는 명분이 사라졌는데도 팬데믹 종식 직후보다 비대면이 더 늘었다는 건 놀랍다. 이는 대학이 교육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한다는 뜻이다. 강의실 없이 수백 명을 한 강좌에 넣을 수 있고, 교수는 촬영한 동영상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시험을 비대면으로 치르면 관리 부담은 더 줄어든다. 편리함과 비용 절감이 결합한 구조지만, 그 부작용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수백 명이 화면 앞에 모여 듣는 강의에서는 질문·토론·피드백이 사실상 실종된다. 화면 접속만으로 출석이 인정되고, 시험은 최소한의 감독으로 진행된다. 이런 구조에서 AI 커닝이 생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대학이 ‘교육의 질’이라는 본질적 질문을 외면하면서 등록금을 받고 콘텐츠를 공급하는 플랫폼처럼 변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과 마주 앉아 사고를 확장시키고 관점을 부딪치게 하는 과정에서야 AI 시대를 뚫고 나갈 창의력이 길러진다. 이를 포기한 채 비용 절감만 추구한다면 더는 교육기관이라 할 수 없다. 비대면 강의는 필요한 경우에만 활용되는 수단이지, 운영 부담을 덜기 위한 기본 틀이 돼서는 안 된다. AI 시대에는 평가 방식 역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암기형·문서형 평가가 무력해진 만큼 토론·발표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이 본래 역할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AI 시대 지식 생태계에서 대학의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미래 세대의 학습권을 희생시키는 일은 단호히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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