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책임론이 불거진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일 항소 포기 결정이 내려진 지 닷새 만이다. 전날 연차를 내고 거취를 고심했던 노 대행은 이날 대검 참모들로부터 잇달아 사퇴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검찰 내 집단 반발이 ‘검란’ 수준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사퇴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언론 공지를 통해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노 대행의 사의를 수용했다. 대통령실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노 대행의 면직안이 제청되면 이를 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검찰은 ‘총장 대행의 대행’ 체제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노 대행은 사의를 표명한 후 자택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 4개월간 대검 차장 생활이 20년 동안 검사 생활했던 것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전 정권이 기소해놨던 게 현 정권에선 문제가 돼 버리고, 저쪽에선 지우려 하고, 우린 지울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수시로 많이 부대껴왔다”며 이번 정부 들어 검찰과 일부 마찰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시원섭섭하지만, 뒷짐을 후배들에게 다 남기게 돼서 미안하기도 하다”고 했다.
노 대행은 이날 오전부터 대검찰청 부장들을 잇달아 면담했다. 핵심 참모진인 대검 부장들은 거취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노 대행에게 용퇴해 줄 것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 10일에도 노 대행에게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시한이던 지난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으며 사태는 촉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은 검찰 수뇌부의 항소 불허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논란은 검찰 내 집단 반발로 비화했다.
이후 항소 포기 결정 과정의 공개와 노 대행의 사퇴를 촉구하는 검찰 내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국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들의 성명 발표가 이어졌고, 대검 부장 이하 참모진들의 사퇴 요구도 줄을 이었다. 이에 노 대행은 항소 포기 결정을 내린 경위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10일 대검 소속 과장·선임연구관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용산과 법무부와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검찰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항소 포기 의견은 제시했지만, 지시나 지침을 준 것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검찰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노 대행은 사의를 통한 사태 수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사의를 표한 노 대행에 대해 “그런 정도 의지가 있었다면 장관의 지휘를 서면으로 요구하든지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나”며 “사실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양한주 이서현 최승욱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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