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언(34·소방관)
어느덧 7년차 소방관이다. 고향이 광주인데 얼마 전까진 충남 서산과 서천에서 6년간 일했다. 소방관 시험을 준비할 땐 교회 찬양팀 리더였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때 기도 중에 환상을 봤다. 내가 불 속에서 찬양하는 환상이었다. 그때 이렇게 다짐했던 것 같다. 평생 이 두 가지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교대 근무 때문에 매주 설 수는 없지만 3주에 한 번씩 찬양 인도를 계속하고 있다.
근무지인 전남 광양에서 편도로 1시간30분이 걸리지만 앞으로도 광주에서 출퇴근할 계획이다. 근무 중인 119안전센터에 크리스천은 나 포함 2명뿐이다. 누군가 해야 할 화장실 청소나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같은 작은 일을 도맡아 한다. 이미 동료들은 내가 크리스천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꼭 서울이나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신앙인으로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 지방에 있다고 주눅들 필요 없다. 우리가 발 딛고 선 그곳이 하나님의 선교지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교제하고 찬양하며 신앙인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하재은(24·대학생)
전북 남원이 고향이지만 대학을 광주로 왔다. 어느새 간호학과 4학년이 돼 취업 준비와 간호사 국가고시를 병행하고 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 대다수는 광주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타지에서 온 친구들도 본가나 수도권으로 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더 많다. 그런데 나는 달랐다. 내가 가장 가고 싶은 병원은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모두 광주에 있는 병원이다.
이런 마음엔 신앙 공동체 영향이 컸다. 월광교회 청년부엔 신앙과 비전을 나눌 또래가 많다. 청년부에선 순장을, 교회 사랑부에선 장애인 성도들을 섬긴다. 이 공동체를 떠나고 싶지 않다. 광주에서 사는 것 자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수도권에 가면 경험할 것이 많겠지만 도움받을 곳도 없고 생활비도 훨씬 많이 든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취업과 시험을 동시에 앞둔 입장에서 불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매일 말씀 앞에서 나를 붙든다. 난 하나님과 교회에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사랑을 흘려보내며 살아가고 싶다. 광주의 간호사로, 평범한 청년으로 내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고 싶다.
이윤지(30·보건교사)
내 꿈도 서울에 있었다. 이른바 ‘빅5 병원’으로 알려진 대형병원, 그중에서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목표였다. 서울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대신 취업으로 보상받으려 했다. 서울의 화려한 문화생활, 더 많은 기회. 그곳에 가야 인정받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빅5 병원엔 불합격하고 광주의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간호사로 취업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품었던 의사의 꿈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1년 반을 다시 공부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투석실에서 3년 가까이 근무했고 올해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이직했다.
하나님께선 이런 나를 ‘선교’를 통해 새롭게 하셨다. 3000명의 이주민이 모여 사는 광주 광산구 평동의 ‘우리M센터’에서 올해 6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월광교회 성도들과 함께 이주민 대상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광주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료 선교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님께서는 먼 나라보다 먼저 가까운 선교지로 보내신 것 같다.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간다.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 모두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음을. 이전에는 광주에 남아있음을 아쉬워했지만 이제는 이곳에서 행하실 하나님을 기대한다. 세상 성공을 좇기보다 하나님의 계획 안에 거할 때 더 행복하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