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검찰 수사·공판팀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면서 사태가 진실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항소 기준을 놓고 시작된 양측의 대립이 범죄수익 환수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다. 재판 핵심 쟁점에 대한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① 부당이익 7886억원 환수 불가?
대장동 수사·공판팀은 항소 포기로 7000억원대 국고 환수의 길이 막혔다고 주장한다. 총 7886억원의 부당이득 중 1심 재판부가 인정한 47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더는 법적으로 다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사건의 공소 유지를 맡았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를 상대로 범죄 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정 장관은 민사소송을 거론하며 이를 “허위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2000억원 정도 이미 몰수 보전돼 있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며 “공소 유지를 잘해 항소심에서 (부당이득) 범위가 명확히 확정되면 민사소송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법조계에선 민사소송이 범죄수익을 거두어들이는 수단일 수는 있다고 본다. 다만 형사재판을 통해 부당이득을 환수할 가능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민사소송을 주장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형사재판의 틀 안에서 추징으로 부당이득을 최대한 환수하는 게 통상적인 방식인데, 굳이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만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민사소송으로 진행하면 수익금 환수가 늦어지고, 그 사이 범죄수익이 빼돌려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상수다. 정 장관이 앞서 피해 구제 속도를 높이기 위한 ‘독립 몰수제’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모순된 주장을 펼친다는 지적도 있다.
② 항소 포기 기준에 부합했나
정 장관은 주요 피의자 중 일부는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됐고, 나머지 피고인도 구형량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돼 항소 포기가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검 예규인 ‘검사 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을 보면 구형의 2분의 1 미만 시 항소토록 기준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예규는 일부 무죄가 내려진 경우도 항소 제기 사유로 두고 있다. 1심 재판에서 일부 무죄 선고된 부분이 있는 만큼 항소심에서 법리적 쟁점을 다퉈야 한다는 수사·공판팀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③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의 연관성은
항소 포기와 이 대통령 재판과의 연관성도 덩달아 부각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별도로 재판을 받다 현재는 중지된 상태다. 형식적으로는 두 재판은 연관성이 없고, 대장동 1심 재판부도 이 대통령에 대한 설시(설명)를 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별개 재판이라 결정적 영향은 없을 텐데, 왜 항소 포기를 했는지 오히려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재판에 이전 실무 공무원들에 대한 선고가 영향을 미친 것과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장군 박재현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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