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항소 포기 결정 배경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 지휘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다. 법무부 의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례적으로 항소 포기를 결정한 검찰 수뇌부의 선택은 스스로 ‘정치 검찰’을 자임한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공판팀은 항소 기한을 4시간 30분가량 남긴 지난 7일 오후 7시30분쯤에야 대검이 항소 제기를 불허한 사실을 전해들었고, 기한이 7분 남았을 때 중앙지검 지휘부로부터 항소 불승인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판팀은 수사팀과 함께 입장문을 내고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가 부당한 지시와 지휘를 통해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장동 사건 1심 법원은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고, 검찰이 기소 당시 적용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 아닌 상대적으로 형량이 약한 일반 형법상의 업무상 배임죄로 형을 정했다. 일반적이라면 검찰이 100% 항소하는 사건인 셈이다. 그렇지만 항소를 포기하면서 대장동 일당에게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고, 검찰이 추정한 수천억 원대의 범죄수익 추징도 불가능해졌다.
수사·공판팀이 반발하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해명을 내놨다. 노 직무대행은 “일선청의 보고를 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했다”면서 숙고 끝에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 법제사법위원들은 “권력에 굴종한 수뇌부가 이재명 대통령으로 향하는 대장동 범죄 수사를 스스로 봉인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든 상황을 지휘한 것으로 외관상 보이는 정성호 장관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대통령실 개입 여부, 대통령의 지시 여부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건은 이 대통령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사안이어서 검찰이 어떤 결정을 하든 정치적 해석을 피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종합적 고려가 아니라 일반적 절차와 원칙에 따라 판단했어야 한다. 이례적인 항소 포기 결정은 정권 입김에 따라 검찰의 행태가 반복된다는 국민의 불신을 확인해준 셈이 됐다. 법무부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반복됐던 정치 검찰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개혁에 나섰다는 현 정부가 항소 포기를 종용했다면 그건 명분을 스스로 걷어차는 일이다. 검찰 개혁을 하겠다는 법무부라면 이번 사태에 정치적 압박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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