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회복 통해 사람 변화시키고 공동체 이루는 힘 보여줘

먼저 교회와 지역이 함께 살아가는 삶 속에서 피어난 돌봄의 모습을 만났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교회(고신원 목사)는 목회자의 개인적 고난 속에서도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손길로 지탱됐고, 교회는 그 돌봄을 다시 아동센터·복지시설·키즈카페 운영 등을 통해 다시 지역 사회로 흘려보내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웃을 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교회가 지역 일상에 녹아들며 신뢰를 쌓은 사례였다. 충남 논산 신기2리의 신은감리교회(박지현 목사)에서는 MZ세대인 박지현 목사 부부가 노인 마을에 정착해 자식처럼 어르신을 섬기며, 교회와 마을이 하나의 공동체로 엮이는 삶의 교류를 실천했다. 돌봄은 관계이며, 관계는 치유임을 보여줬다. 충남 서천의 ‘옹기종기공동체’는 은퇴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신앙과 노동을 나누며, 외로운 노년을 지지하는 새로운 돌봄 모델을 제시했다. 설교한 대로 살아가는 삶의 실천이 공동체를 이루는 힘으로 작용했다.

고신원 목사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0월 말 교회 어르신 25명을 모시고 외곽에서 나들이 사역을 진행했다”며 “앞으로 이 영역을 이웃에게도 확장해,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어르신을 돌보는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했다. 박지현 목사 역시 “기사 이후 여러 목사님이 직접 연락해와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셨고, 마을 어르신들도 ‘우리 목사님이 이런 마음으로 우리를 섬기고 있었구나’라고 알아주셔서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돌봄을 받은 이가 다시 돌보는 이로 성장하는 순환과 회복의 사례들은 서로돌봄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서울 화평교회(유제중 목사)·이랜드복지재단(대표 정영일) SOS위고봉사단은 복지 사각지대 이웃을 발굴하고 긴급 지원하며 도움받은 이들이 다시 봉사자로 나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갔다. 경기도 평택의 다모임한사랑센터에서는 태국 유학생 사만씨가 김현식 목사 부부의 돌봄을 통해 목회자의 꿈을 품고 다문화 아이들을 섬기며, 돌봄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공동체를 세우는 힘임을 보여줬다. 부산 북구의 사법형 그룹홈 위드청소년회복센터를 운영하는 정연두 목사 부부는 보호소년들과 함께하며 생활하며 따뜻한 밥 한 끼와 대화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시켰다. 주영광교회(임귀복 목사)는 위기 청소년과 미혼모를 돌보며, 멘토링과 관계를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복음의 울타리가 됐다. 정연두 목사는 국민일보 보도 이후 “사법형 그룹홈의 개념을 제대로 알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보호 인원도 기존 10명 안팎에서 최근 8명 선으로 조정됐다”며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치유를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는 돌봄도 이어졌다. 바른미디어(대표 조믿음 목사)는 이단·사이비 탈퇴자들의 심리적 고통과 신앙 혼란을 함께 감싸 안으며, 무너진 정체성과 신뢰를 회복시키는 데 동행했다. 제주순오름치유센터(센터장 하용준)는 중독자들의 재활과 영적 회복을 돕는 공동체로, 규칙적인 일상과 자연 속 치유를 통해 삶의 균형을 되찾게 했다. 주원규 목사의 인문학 사역은 위기 청소년에게 글쓰기와 질문을 통해 인간다움을 회복시키며, 복음의 마중물이 되는 돌봄을 실천했다. 조믿음 목사는 “광고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1~2분 영상을 매달 만들어 교회에 보내주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러닝크루를 만들어 미혹하는 사례도 있어 경각심을 높이려고 한다”고 했다. 현재 250여 교회가 이런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섬김과나눔회(대표 이한덕 목사)는 34년간 소록도를 찾아 한센인들과 가족 같은 관계를 맺으며 돌봄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만남임을 증명했다. 장터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심교정)은 장애인과 새터민이 함께 일하는 카페를 통해 자립의 가능성을 열고, 약자도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했다. 구세군 한아름(원장 정수현)은 저소득 부자 가정을 위한 생활지원시설을 운영하며 아버지들이 자녀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인식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섬세한 지원의 필요함을 보여줬다.


심교정 이사장은 “기사 이후 ‘카페가 좋은 일을 한다’며 알아주시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그로 인해 더 힘을 얻었다”면서 “올해 안 경계성 장애인 한 명을 추가로 채용하려 한다”고 전했다. 정수현 원장도 “기사 이후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사명감이 커졌다. 외부에서는 협력 제안이나 관심이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기사 이후 영유아 부자가정도 머물 수 있는 양육지원시설로 전환됐다는 소식을 덧붙였다.


일상 속에서 확장된 돌봄 현장도 있었다. 인천 장애인사이클연맹 회장인 고재일 목사는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하며 땀을 흘리며 단순한 후원을 넘어 자긍심을 되찾게 했다.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과 ‘미션앤컬처’의 우유·반찬 배달 사역은 홀몸 어르신의 생명 신호를 확인하고 정서적 지지를 전하며, 작은 배달이 하루를 지켜내는 실천임을 증명했다. 고 목사는 “신대원 동기인 목사님이 기사를 보고 교인들과 함께 연맹을 찾아와 선수들을 위로해 주셨다”며 “무엇보다도 소외돼 있던 장애인 선수들이 ‘세상이 나를 인정해 주고 관심을 가져주는구나’라는 마음을 느끼며, 대중과 연결됐다고 실감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다양한 돌봄의 현장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끊어진 관계를 회복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복지국가 체제 속에서도 교회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선교적 공동체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화여대 김혜령 교수는 “기사에 소개된 기관들은 겉으로 보기엔 작고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연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의 돌봄은 예산 규모 면에서는 교회를 압도하지만, 실행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경제 개발기 등 오랜 기간 교회가 한국 사회 외로운 이웃을 꾸준히 돌봐온 역사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이 AI 산업으로의 전면적 개편, 노령 인구의 급증, 출산 기피 현상 앞에서 복지 국가의 역할 확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되 국가가 채우지 못하는 틈을 찾아 촘촘히 메우는 봉사와 나눔, 돌봄의 사역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정교회마을연구소장인 목원대 조은하 교수는 “기사에 소개된 서로돌봄의 사례들은 교회가 예배당 안의 신앙을 넘어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드러내는 선교적 공동체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돌봄 사역이 지역사회와 세대 간 단절을 잇는 연결망이 되어 이웃과 함께하는 ‘살아있는 복음’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한국교회의 돌봄 사역은 교회가 복음의 본질로 회귀하는 통로이자 신뢰 회복의 열쇠”라면서 “신학적으로 돌봄은 선교적 교회가 이웃과 동행하며 삶 속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신앙의 표현이며 사회적으로는 고립과 불평등이 심화된 시대 속에서 ‘공동선’을 이루는 신앙적 사회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서로돌봄 취재팀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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