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차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했다. 지난주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이후 9일 만의 회담인데, 두 정상이 이렇게 빨리 만나 협력을 모색한 것은 양국 관계 개선에 긍정적 시그널이다. 특히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강경 우파이고 과거 한국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던 다카이치 총리가 어제 회담에선 한국에 우호적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점도 평가할 만하다.
이번 회담의 관심은 이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구축한 셔틀외교의 훈풍을 다카이치 총리와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였다. 다행히 양 정상 모두 셔틀외교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셔틀 외교를 활용해 여러 급에서 소통을 넓히자”고 했고, 다카이치 총리도 “이 대통령과의 셔틀외교를 포함해 외교장관 등의 소통도 발전시키겠다”고 화답했다.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필요성에 뜻을 같이한 점도 고무적이다. 이 대통령은 “그간 구축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자”고 말했고, 다카이치 총리도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 공조가 증대돼야 한다”고 답했다. 양측은 한·미·일 협력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두 정상의 바람대로 한·일은 단순한 이웃 국가를 넘어 글로벌 관세 파고나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할 수 있게 관계를 격상할 필요가 있다. 미·중 대립이나 글로벌 공급망 불안, 동북아 안보 질서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이럴 때 양국이 공통된 목소리를 낸다면 국익을 지키는 데 커다란 지렛대가 될 것이다. 아울러 경제·안보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하려면 일본이 이전처럼 과거사 문제로 발목을 잡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렇게 양국이 과거사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잘 관리하고, 공조 분야 확대로 협력의 지평을 넓혀나간다면 ‘한·일 관계 2.0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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