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 오목천교회(김대희 목사)는 준공한 지 20년 된 건물을 다음세대에 맞게 리모델링한 교회다. 그 결과, 디자인은 물론 사용하기에도 좋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교회는 한번쯤 가봐야 하는 곳으로 실제 일주일에 두세 곳의 교회 관계자가 다녀간다고 한다.
오목천교회는 1905~1906년에 설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랜 전통과 부흥의 역사를 지녔다. 일제강점기 때는 교회당을 빼앗기는 아픔도 겪었지만 1986년 김철한 원로목사가 부임하면서 크게 부흥해 중대형교회로 성장했다. 후임으론 2023년 1월 김대희 목사가 취임했다.
현재의 교회 건물은 2006년 봉헌됐다. 당시 교회는 부흥의 아이콘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은 낡았고 다음세대를 위한 공간도 부족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닥다리종합건설에 리모델링을 의뢰했다. 지난 27일 세미나 현장 답사를 겸해 교회를 방문했다.
교회는 지하 1층, 지상 3층, 총면적 3243㎡(981평)로 이번에 롤러예배실을 만든 지하 1층부터 본당이 있는 3층까지 전면 또는 부분 리모델링을 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띈 것은 본당이다. 빛과 건축 재료를 디자인해 상징성을 정교하게 반영했다. 이전 공간과 비교해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했다. 밝은 원목 계열의 내추럴 베이지색 톤은 전체 분위기를 이끌었으며 주된 색조와 약간씩 변화된 색조를 사용해 세련되고 단정한 느낌을 줬다. 내추럴 베이지 톤의 따뜻하고 온화한 감성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제공했다. 또 천장의 흰색은 신성한 분위기를 연출해 하나님과 성도와의 만남의 공간으로 표현했다.
본당의 천장고는 13ｍ에 달한다. 흔히 접하는 복층 예배당보다 높다. 강대상 위에는 천창이 있다. 절대적,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임재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하나님의 사랑도 강조했다. 전면 벽면에 가로띠 형태가 있다. 이 띠 벽면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어 하나님이 성도들을 감싸 안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예배당 안에 하나님의 신성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담은 것이다. 높은 천장 높이와 부드러운 곡선의 벽면은 십자가를 의미한다.
전면은 세로 방향의 금속 루바를 사용했다. 이는 벽면의 가로띠와 상반되게 만들어 균형을 맞췄다. 루바는 하늘로 향한 기도의 상징적 형상이다. 음향적으로 소리의 잔향을 분산시켜 울림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매끈한 평면과 세로 루바의 질감 대비는 청중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무대 중심부로 향하도록 돕는다.
본당은 간접 조명을 사용했다. 중앙 십자가는 하이라이트 조명을 사용했다. 명암의 대비를 통해 시선이 십자가에 집중하도록 고려한 것이다. 공간의 한 곳인 십자가를 중심에 두고 조명 빛이 전체적으로 공간을 둘러싸고 있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돋보인 것은 백월(Back Wall)의 활용이다. 단상 뒤편의 은은한 색조는 영상 촬영 배경으로는 적절치 않다. 진한 색조가 영상 속 목회자를 선명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분위기 톤과 다른 색조를 사용할 수 없어 선택한 것이 전동식 백월이다. 스크린 뒤편에 전기로 움직이는 전동장치를 설치해 백월이 오르내릴 수 있게 했다.
절기나 행사에는 다양한 콘셉트로 백월을 연출할 수 있다. 오목천교회 리모델링을 총괄한 이현정 사닥다리종합건설 디자인 총괄이사는 “담임목사가 전동식 백월을 요청해 반영했다. 아주 만족해하신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특별한 공간도 생겼다. 지하 1층 ‘롤러 예배실’이다. 말 그대로 롤러스케이트 등을 탈 수 있는 곳이다. 롤러가 잘 구를 수 있게 바닥을 만들었다. 벽면 하부에는 쿠션을 설치해 안전사고를 예방했다. 상부에 흡음재를 사용해 소음도 최소화했다.
천장은 마감재를 사용하지 않고 노출해 개방감을 더했다. 노출된 각종 배관 등은 조명 뒤편에 있어 크게 신경 쓰이지 않게 했다. 예배실 이름의 사인을 천장 중앙에 설치해 포인트를 준 것도 특징이다. 이전에는 습기가 많고 어두워 창고로만 사용했던 곳이다. 한쪽 벽면에는 스크린을 설치해 예배 또는 세미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1층 카페와 세미나실도 크게 변신했다. 카페는 교회 규모에 비해 작은 편이었다. 성도는 많은데 교제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또 평면이 삼각형 형태여서 활용성이 떨어졌다. 일단 옆 공간인 세미나실을 확장, 중간에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주일에는 폴딩도어를 열어 카페로 넓게 쓰고 주중에는 도어를 닫아 세미나실과 카페로 활용하게 했다. 세미나실 내에 오각형 공간,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소그룹실은 성도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이 총괄이사는 전했다.
2층 교육부서 공간은 키즈카페를 연상시켰다. 모든 교육부서가 모여 있는 2층 복도는 연결하는 통로에 그쳤다. 이를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바꿨다. 밝은색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바닥재를 투톤으로 해 동선을 분리하고 단조로움을 해소했다. 예배 후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를 위한 편안한 대기 의자를 배치했다. 이들은 새롭게 변신한 오목천교회의 일부 모습이다. 이 디자인총괄이사는 “이외에도 디자인과 기능 측면에서 돋보이는 곳이 많다”면서 “오는 11일 현장투어세미나에서 보다 자세하게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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