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고양이 찾는 일, 원칙은 생명에 대한 존중”

Է:2025-10-3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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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ㅌㅂ] 6년째 ‘고양이탐정’ 활동 황우진씨

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구독자 18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고양이탐정: 원룸 사는 고양이’ 운영자 황우진씨. 황씨는 6년째 의뢰 전화가 오면 전국 어디든 출동하는 ‘5분 대기조’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황우진씨 제공

‘가을이를 찾았습니다’ ‘솜이를 찾았습니다’ ‘복실이를 찾았습니다’….

유튜브 채널 ‘고양이탐정: 원룸 사는 고양이’ 구독자라면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기다리는 장면이 있다. 바로 ‘찾았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잔잔한 배경음악이 흐르는 순간이다.

스릴러 같던 영상은 고양이를 발견하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들 같은 고양이를 잃어버려 술에 기대며 마음을 달래던 중년 남성은 그제야 웃음을 되찾고, 한겨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집 나간 ‘막내’를 찾아 헤맨 부부는 “찾았다”는 말에 서로를 끌어안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인 황우진(37)씨는 올해로 6년째 전국을 돌며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는 ‘고양이탐정’이다. 새벽에도 의뢰가 오면 즉시 출동하는 그는 “누군가에게 그 고양이는 세상 단 하나뿐인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지난 6년을 버텼다고 한다. 워낙 불규칙한 일이다 보니 어떤 날은 연락 한 통 없는 날도 있지만, 많을 때는 하루에 5건 넘는 문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이처럼 언제든지 출동해야 하는 ‘5분 대기조’ 같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기에 황씨와의 인터뷰는 서면과 전화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 집사, 고양이 탐정이 되다

황씨도 고양이를 키우는 ‘고양이 집사’다. 그의 반려묘 이름은 ‘아코’. 아코를 돌보며 고양이탐정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는 그는 2020년 8월, 우연히 이웃이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게 됐다. 황씨의 눈에 들어온 폐건물의 좁은 구멍 속에 고양이가 숨어 있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고양이탐정은 황씨를 가리키며 “이분이 찾아준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 순간 황씨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전율과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날의 경험은 고양이탐정이라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에게 확신을 주었다. 곧바로 경기도 수원에서 활동하던 한 고양이탐정에게 연락해 교육을 부탁했고, 허락을 받자마자 짐을 싸 들고 현장으로 향했다. 약 한 달간 고양이탐정과 함께 생활하며 의뢰를 받는 법, 실종 고양이를 추적하는 절차, 구조 방식 등을 익혔다.

2020년 10월, 본격적으로 고양이탐정 일을 시작한 이후 황씨는 편히 쉬어본 날이 손에 꼽는다. 지난 5년간 차량 주행거리는 23만㎞. 한 달에 3000㎞ 이상 이동한 셈이다. 오롯이 ‘정신력’ 하나로 버티고 있다는 그는 졸음이 쏟아질 때면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10~20분씩 짧게 눈을 붙인다고 했다. 처음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고양이탐정을 잘 모르는데, 이게 직업이 될 수 있겠느냐며 걱정하던 가족도 이제는 바쁜 황씨를 대신해 아코를 돌보며 든든한 응원군이 돼주고 있다.

“물론 쉬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세상에 하나 뿐인 가족을 잃어버리고 슬픔에 빠진 분들이 저를 언제 필요로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출동 준비’ 상태로 살아가고 있어요.”

황씨가 고양이를 찾는 일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건 보호자의 마음을 지켜주는 일이다. 그는 “불안과 슬픔 속에서도 보호자가 끝까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희망 고문은 하지 않되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내가 먼저 보여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현장에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늘 냉정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놀란 마음에 고양이에게 소리를 질러 도망가게 한 보호자에게는 단호하게 “그렇게 하면 더 멀어진다”고 조언하고, 숨이 막힐 정도로 눈물을 흘리는 보호자에게는 “보호자가 불안하면 고양이도 그대로 느낀다”며 차분히 마음을 다잡게 한다.

고양이를 구하는 방법

고양이탐정 황우진씨가 지붕 틈새에 숨은 고양이를 구조하고 있다. 황우진씨 제공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자신에게 익숙한 집을 벗어나면 대부분 겁을 먹고 구석으로 숨는다. 고양이를 찾아주는 이를 ‘탐정’이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고양이탐정은 외진 구석, 미세한 틈새 속에 웅크린 채 숨어 있는 고양이를 찾아내야 한다. 황씨가 현장에서 거미줄이 걷힌 자국, 발톱 스크래치 자국 하나까지 신경 쓰는 이유다.

그는 “현장을 돌 때는 늘 머릿속으로 ‘여기 안에 있다’고 생각하며 찾는다”고 했다. ‘여긴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숨어 있는 고양이를 미처 못 보고 지나칠 수 있어서다. 황씨가 아파트의 하얀 외벽 구석에 웅크린 채로 누워 있는 흰색 고양이를, 접혀 있는 유모차의 그물망에 숨은 갈색 고양이를, 보호자가 이미 모두 뒤져봤다던 안방 서랍장에서 단잠을 자고 있던 삼색 고양이를 찾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황씨는 ‘생명에 대한 존중’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는 “고양이가 높은 곳이나 난간에 있을 때 무리하게 잡으려 하기보다 최대한 스스로 내려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다치지 않게 구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일을 하며 화가 나는 순간도 있다. 의뢰인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황씨는 “의뢰인분들이 나를 믿고 맡겨주는 만큼 최선을 다해 고양이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며 “그럼에도 고양이를 찾지 못할 때는 내 자신에게 가장 큰 화와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고양이탐정의 노력을 가볍게 여기거나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황씨는 “고양이를 찾아드려도 ‘돈을 줬으니 당연한 일’로 여기거나, 찾지 못했을 때 ‘사기당했다’ ‘돈을 날렸다’는 식으로 말씀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럴 땐 인간적으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황씨는 착수금 25만원과 고양이를 찾았을 땐 성공 보수비 20만원을 받고 있다.

황씨는 “이 일이 단순한 서비스나 거래가 아닌 생명을 찾아주는 일이라는 걸 조금만 더 이해해주신다면 구조자와 보호자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를 믿지 마세요”

실종된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찍은 영상의 캡처 사진. 황우진씨 제공

탐정으로 활동하며 ‘인류애’를 느낀 순간도 많다. 황씨는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을 찾아준 은인이라며 고맙다고 해주시거나, 시간이 흐른 뒤 고양이의 근황을 전해주시는 분을 만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보호자 중엔 고양이를 찾지 못했는데도 “정말 애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는 이도, 시간이 지난 뒤 고양이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도 많다.

황씨는 “이런 분들의 마음 덕분에 지치고 힘들 때도 이 일이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며 “그 따뜻한 진심들이 내게는 이 일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며 틈틈이 짬을 내 영상을 만든다. 1분 내외의 ‘숏츠’ 영상까지 모두 직접 편집한다. 그는 자신의 영상이 조회수만을 위한 콘텐츠로 소비되기보단 고양이 보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고양이를 산책시키거나 문을 열어둔 채 복도에서 뛰어놀게 하는 분들이 많다”며 “‘우리 고양이는 괜찮다’는 방심이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 그런 분들이 내 영상을 보고 한 번쯤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보호자분들이 똑같이 말씀하세요. ‘우리 고양이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요. 그래서 저는 항상 말합니다. ‘고양이를 절대 믿지 마세요.’ 그 한마디가 고양이 실종을 막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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