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바탕으로 말하고 연구하며 책과 방송, 강연으로 복음을 전하겠습니다. 저를 통해 청년과 여성, 모든 이들이 변화되게 하고 싶어요.”
수입이 없던 시절, 인생의 광야 한복판에서 신은경(67) 권사는 떨리는 손글씨로 이 같은 ‘인생 사명 선언서’를 남겼다. 현실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막막했지만 믿음으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다. 그리고 광야를 지난 지금 그 서약의 문장은 현실이 됐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제37회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회장 이병구 네패스 회장)의 간증자로 나선 신 권사는 과거 KBS 9시 뉴스 앵커였다. 그는 “9시 뉴스를 전하던 사람이 이제는 복음의 굿뉴스를 전한다”며 미소지었다.
자신의 삶을 ‘역전의 은혜’로 표현한 그는 1981년부터 92년까지 11년간 KBS 9시 뉴스 등 메인 앵커로 활동했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화려했던 시절 이후 그에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왔다. 아나운서를 은퇴한 뒤 그는 남편과 함께 정치에 도전했지만 돌아온 것은 쓰라린 실패였다. 신 권사는 “10년 동안 정치인으로서 노력했지만, 남편과 저에게 온 결과는 선거에서 떨어졌다는 실패였다”며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고 회상했다. 낙선 후 수입 없이 살아야 했던 신 권사 부부는 2년간 고립의 시간을 보냈다.
“2년쯤 지나자 문득 하나님께 섭섭한 마음이 들어 ‘왜 저에게 이러시느냐’며 기도했습니다.” 바로 그 물음이 신 권사의 인생 후반전을 바꾼 전환점이 됐다. 50세를 넘긴 어느 날 신 권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고난과 행복, 모든 순간이 하나님 계획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신 권사는 “이제라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인생이 되고 싶어 그분이 주신 달란트를 다시 고민했다”며 “제게 주신 언어적인 달란트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이후의 삶은 그야말로 사명 선언의 실천 자체였다. 그가 집필한 책 ‘홀리 스피치’는 스테디셀러가 됐고 지난 15년간 꾸준히 이어온 성경 읽기 강연은 많은 이들의 영혼을 깨웠다. 특히 2018년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성경 읽는 신 권사’ 시리즈에서는 성경 전체를 낭독했다. 신 권사는 “인생의 어려움을 겪고 하나님의 일을 우선순위에 두자 내 삶은 하나님의 은혜로 완전히 새로워졌다”고 말했다.
고성준 수원하나교회 목사는 ‘데스티니’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고 목사는 ‘운명(데스티니)’을 아브라함 여정에 빗대어 하나님의 계획이며 축복을 누리는 길로 정의했다. 고 목사는 “아브라함은 먼저 갈대아 우르를 떠나고, 두 번째 조카 롯과 헤어지며, 마지막으로 이삭을 드리는 세 번의 결정적 순간에 하나님을 대면했다”며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계획을 따라갈 때마다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브라함은 그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을 떠나 가나안으로 향했다. 고 목사는 “당시 문명국가였던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는 것은 인간적 판단으로는 비이성적인 선택으로 보였지만 이는 죄를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익숙하고 안전해 보이는 삶을 떠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순종이며 하나님 임재 속에 거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고 목사는 이어 “아브라함이 조카 롯을 떠나보낸 결단은 아브라함 인생에 있어 진정한 선택과 집중의 순간이었다”며 “롯을 떠나보내자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비로소 언약의 땅을 보여주셨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고 목사는 아브라함이 자신의 전부나 다름없는 이삭을 모리아산에서 번제물로 드리려 했던 결정적인 순종의 순간을 예로 들었다. 고 목사는 “하나님의 계획을 이뤄가는 결정적 사건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드릴 때 발생한다”며 “다윗의 삶에서도 골리앗과 맞선 결정적 순간(Memory Making Moment)이 이후 그의 삶에서 은총이 지속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우리도 하나님께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CLF는 크리스천 지도자들의 영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2019년 출범했다. 제38회 CLF는 오는 12월 16일 열린다. 조영민 나눔교회 목사가 말씀을 전하고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간증할 예정이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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