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핵 증강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핵탄두의 양적 증강을 목표로 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핵 능력의 기술적 향상에도 매진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마지막 단계인 ‘다탄두 재진입체(MIRV)’ 기술 확보에 더욱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핵 생산 능력 확대를 공개 지시하면서 미국에 ‘비핵화 협상 불가’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비핵화는 없다’는 대미 메시지를 낸 것”이라며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그리고 관계 개선을 의제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열린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다녀온 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노선을 선명히 하고 있다. 그는 대출력 고체발동기 지상분출 시험을 참관하고, 국방과학원 산하 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 지난 27일에는 핵무기연구소를 방문해 과학자·기술자와 공개 회동했다.
군에서는 특히 김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에서 ‘핵물질 생산’을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핵물질 생산 확대는 핵탄두의 양적 증강을 목표로 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또 ‘고도화’ ‘진화’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그가 핵 능력의 기술적 능력 향상에도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핵 증강을 하겠다는 노골적인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중장기적으로 MIRV 기술 개발을 시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MIRV는 ICBM 한 발에 여러 개의 탄두를 싣고, 각기 다른 목표를 독립적으로 타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다수의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하려면 탄두의 소형화·경량화가 필수적이고, 동시에 발사체의 높은 추력도 갖춰야 한다.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한 것 역시 핵무기 고도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물밑 지원으로 자원과 기술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의 다탄두 기술은 실제 작전용으로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면서도 “자체 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기술을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업 관계를 통해 진전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과도 고위급 회담을 통해 긴밀한 외교적 접촉을 이어가며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전날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을 만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가 회담 직후 미국을 겨냥해 ‘힘에 의한 강압’ ‘일방주의와 강권 정치에 공동으로 저항’ 등의 발언을 내놓은 데 반해 북한 보도에선 이런 발언이 모두 제외됐다. 북한이 대미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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