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도 링거 아닌 주사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뀐다

Է:2025-10-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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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주사 제형을 피하주사로 전환
최대 2시간 투여시간을 1~2분으로
세계 1위 항암제 머크의 ‘키트루다’
알테오젠 ‘ALT-B4’ 기술이 핵심

게티이미지뱅크

한 시간 넘게 걸리던 항암제 주사를 2분 만에 맞을 수 있다. 치매 환자도 단 15초 만에 집에서 치료약 주사가 가능하다. 항암제와 치매 치료제를 비롯한 바이오의약품의 투여 방식이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전환되는 추세가 본격화하며 치료 환경에 변화가 일고 있다. 피하조직 지방층에 놓는 피하주사는 정맥 주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쉽게 주사할 수 있고 정맥 주사 대비 투여 시간이 짧은 게 장점이다.

3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SC 제형 ‘키트루다 큐렉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키트루다는 지난해에만 295억 달러(약 41조원) 매출을 올린 세계 판매 1위 의약품이다. 기존 정맥주사는 투여에 30분에서 2시간까지 소요됐다. 하지만 피하주사 제형은 3주에 한 번 1분 또는 6주에 한 번 2분이면 가능하다. 환자의 병원 체류 시간을 대폭 줄여 편의성을 크게 개선할 전망이다.

이같은 변화의 핵심에는 한국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이 있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활용해 정맥 주사 제형의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이다. 피하 조직 내 히알루론산층을 분해해 약물이 빠르게 흡수되도록 한다. MSD는 2년 내로 키트루다 투여 환자의 30~40%를 SC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FDA 승인에 이어 올해 4분기 내 유럽에서도 최종 시판 승인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부터 미국과 유럽 시장에 동시 진입함으로써 기술료 수익도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키트루다 큐렉스 판매가 활성화하면 알테오젠이 연간 1조원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C 제형 변화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오리지널 제약사 입장에서는 특허 만료를 앞두고 SC 제형 같은 개량 신약을 내놓는 것이 후발주자의 도전을 방어하는 전략이 된다”며 “환자 입장에서도 치료 편의성이 높아져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치료 현장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FDA는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 SC 제형을 허가했다. 기존 30~60분 걸리던 투여 시간을 7분으로 줄였다. 같은 해 로슈의 SC 유방암 치료제 ‘페스코’가 국내에 보험급여로 출시돼 환자들의 부담을 덜었다.

유한양행의 폐암약 ‘렉라자’의 병용요법 짝꿍 항암제 ‘리브리반트’의 SC 제형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유럽에서 승인된 후 FDA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존슨앤존슨(J&J)의 3상 연구 결과 리브리반트 피하주사는 기존 정맥주사 대비 열등하지 않은 효능을 보이면서도 주입 관련 부작용(IRR)은 5배 줄었다. 투약 시간도 5시간에서 5분으로 감소했다.

항암제뿐 아니라 치매 치료제도 SC 전환 흐름에 합류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는 지난 8월 피하자동주사기 버전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기존엔 2주마다 약 1시간에 걸쳐 병원에서 정맥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이제는 환자가 주 1회 15초 만에 집에서 직접 투여할 수 있다. 레켐비 IV로 치료한 지 18개월이 지나면 SC 제형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스스로 정기적인 병원 방문이 어려운 치매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치료 지속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C 제형 확산은 환자와 의료기관에도 의미가 있다. 환자는 병원 체류 시간이 줄어 삶의 질이 개선되고 의료기관은 진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매출 1위 항암제에 한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제형 기술이 적용된 것은 상징성이 크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SC 제형 전환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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