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적 금니 문인화 정수 ‘탄은 이정 삼청첩’ 첫 전면 공개

Է:2025-10-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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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삼청도도-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 展
목죽화 명작 ‘풍죽’ 등 대표작 선봬

탄은 이정의 ‘삼청첩’에 실린 ‘신죽’.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칠흑 같은 그믐밤에 새순을 피운 대나무 잎사귀일까. 검은색 바탕에 금니로 그린 댓잎이 기운차다. 조선 회화사에서 가장 기품 있고 귀족적인 금니 문인화로 유명한 탄은 이정(1554∼1636)의 ‘삼청첩’(보물)이 최초로 전면 공개됐다.

대구 수성구 대구간송미술관에서 하는 광복 80주년 기념 기획전 ‘삼청도도-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에서다. 세 가지 맑음을 뜻하는 ‘삼청(三淸)’은 군자가 가져야 할 태도를 상징하는 매화·대나무·난초를 의미한다. 문인화의 주요 소재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전쟁과 변란, 일제강점기 등 역사의 고비마다 신념을 지킨 지사들의 우국 정신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초대됐다.

핵심이 왕실 출신의 문인화가 탄은 이정의 그림과 시를 함께 엮은 시화첩으로 한국 회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삼청첩이다.

이정은 임진왜란 때 왜적에 칼을 맞은 후, 부상에서 회복되자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무너진 조선의 자존과 사기를 북돋우고자 1594년 삼청첩을 완성했다. 이정이 그린 매 죽 난에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던 최립, 한호, 차천로가 글을 더했다. 병자호란 때 소실될 위기를 겪었고, 19세기 일제 침탈을 겪으며 일본으로 반출되기도 했다. 1935년 간송 전형필이 수집해 한국으로 돌아왔고 2015년 전면 수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삼청첩은 화법과 서법의 예술적 조화를 인정받아 2018년 보물로 지정됐다. 전시에는 표지와 공란을 포함한 56면 전면을 특별공간에서 공개한다.

묵죽화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풍죽’ 등 이정의 또 다른 대표작 13건 15점을 함께 볼 수 있다. 또 병자호란 때 척화를 주장하다 목숨을 잃은 삼학사 중 한 명인 오달제의 ‘묵매도’ 등 우국지사들이 남긴 그림 10건 16점이 더해져 의미를 깊게 만들었다. 12월 21일까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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