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중단된 금리 인하를 재개, 기준금리를 0.25% 낮춘 4.0~4.25%로 조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 인하로 2~3년 이내 단기 국채금리는 큰 폭 하락세를 나타낸 반면 10년 이상의 장기금리는 최초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전인 지난해 9월 대비 되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시차를 두고 장기금리 하향 안정을 유도하는데,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미국의 장기금리가 쉽게 내려오지 않자 트럼프 행정부는 초조한 기색을 나타내고 있다.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여기에 연동된 모기지 금리 역시 높은 수준에 머물며, 이는 주택 거래 둔화로 이어진다. 아울러 장기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의 비중이 높은 미 행정부의 경우 높은 장기금리는 이자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최근 고금리로 미 행정부의 이자 비용이 국방비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는데, 이는 이자 부담이 커 정부 부채가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장기금리가 좀처럼 하향 안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물가 불안을 들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의 물가상승세는 일시적인 것이며, 관세 부담이 사라진 뒤에는 빠르게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물가 부담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되레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향후 고용시장 성장이 둔화될 우려를 감안하며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연준에 요구하고 있다. 물가 불안에 초점을 맞춘 연준 역시 최근 발표된 고용 지표에서 중장기 성장의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맞춰 금리 인하를 재개하게 되는데, 아무리 일시적이라 해도 물가 불안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단행되는 기준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 부작용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단기로는 금리가 낮춰질 수 있지만 중장기로 물가에 대한 불안이 높아질 가능성을 금리 시장이 반영하면서 단기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를 높게 들어올리고 있다.
다음으로 재정 불안을 염두에 둘 수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을 통과시키며 대규모 감세를 이어갈 교두보를 확보했다. 다만 대규모 감세안은 단기로는 성장을 자극할 수 있지만 중장기로는 미국의 부채 부담을 늘릴 수 있는데, 부채 부담이 증가할 경우 장기국채 발행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장기국채 금리 상승을 자극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의 재정적자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재정적자 확대에 대해 금융 시장이 느끼는 민감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 역시 장기금리가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이슈 역시 장기금리 하향 안정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미국 내 유일한 인플레이션의 파수꾼이다. 그런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무장해제돼 물가 압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과감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시장이 느끼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경제의 움직임에는 심리가 큰 역할을 한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방만한 인식을 갖는 것은 물가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며, 장기금리 하락에는 제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장기금리를 낮추는 직접적 요인이다. 그러나 물가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의 금리 인하는 되레 장기적으로 과거보다 높은 금리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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