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했을 때 시에서 직영하는 ‘보조기기 센터’에 갈 기회가 있었다. 꽤 큰 건물의 아래층을 모두 쓰는 커다란 전시장에 갖가지 보조기기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지팡이부터 보행 보조기, 휠체어, 스쿠터, 신기한 생활용 소도구들이 가득했다.
여기서는 장애인들이 물리치료사나 작업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고 적합한 보조기기를 그 자리에서 고르고 무상 대여로 제공받을 수 있다. 품목마다 다양한 종류를 갖추어 장애 유형과 중증도에 맞출 수 있다. 기기 수리와 교체도 맡아 준다. 이 센터의 직원이 가정을 방문해서 필요한 주택 개조를 해 주거나 맞춤형 가구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주택 개조의 다양한 재료들이 함께 전시돼 있다.
우리도 내년이면 돌봄통합지원법에 따라 전국의 시·군·구가 모두 지역사회 돌봄을 시행하게 된다. 목표는 노인과 장애인들이 병원이나 거주 시설에 들어가는 일을 줄이고 살던 곳에서 최대한 오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당연히 보조기기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공급돼야 한다. 필요하면 침대도 난간이 달린 전동침대로 바꾸고 욕창 방지 매트리스를 깔아 낙상과 욕창을 막아야 한다. 안전한 이동을 위한 다양한 기기와 도구, 척수나 뇌병변 장애인의 자세 유지 장비,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보조기, 작업과 학습을 보조하는 기기 등도 더 공급돼야 한다.
오래지 않아 가정용, 부착형 의료기기가 쇠약해진 노인과 장애인의 신체 상태를 지지하고 위험을 감지·대응하게 될 것이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콩팥, 심장, 간, 호흡기 등의 내부 장애인에게 생체 신호와 심혈관 기능을 모니터링하는 부착형 의료기기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의료기관이 먼저 응급 상황을 알고 구급차를 보낼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한 일이다.
그러자면 당사자와 가족들이 보조기기와 의료기기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기기를 선택해 부담 없는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전달체계의 정비가 꼭 필요하다. 지금처럼 스스로 수소문해서 판매업소가 권하는 대로 구매하면 정부는 영수증 처리만 해 주는 방식으로는 당사자의 불편과 재정의 낭비를 피할 수 없다. 2024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은 3461억, 건강보험은 1004억원을 보조기기에 지급했다. 앞으로 이 규모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재)돌봄과 미래,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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