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계출산율 소폭 반등했지만
아직 OECD 압도적 최저 수준
출산율 수치에 매달리지 말고
‘안심하고 키우기’에 집중할 때
아동돌봄·교육비 압박 낮추고
생활 SOC 지방에 재배분해야
아직 OECD 압도적 최저 수준
출산율 수치에 매달리지 말고
‘안심하고 키우기’에 집중할 때
아동돌봄·교육비 압박 낮추고
생활 SOC 지방에 재배분해야
저출산의 깊은 늪에서 막 빠져나오기 시작한 걸까. 결혼을 지원하고 출산·양육의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사회적 신호가 조금은 닿고 있는 걸까. 2023년 합계출산율(TFR)이 0.72에서 0.68로 더 낮아질 거란 전망을 깨고 2024년 0.75로 소폭 반등했다. 미혼 남녀의 결혼·출산 인식도 다소 개선됐다. 지난 24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1년 전보다 결혼 긍정 인식은 55.9%에서 62.6%로 6.7% 포인트, 자녀 필요성은 50.0%에서 61.2%로 11.2% 포인트, 출산 의향은 29.5%에서 39.5%로 10.0% 포인트 높아졌다.
그럼에도 합계출산율의 절대 수준은 여전히 낮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 인식도 높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서도 여전히 압도적인 최저 수준이다. 특히 지역은 청년 인구 유출과 맞물려 저출생이 심화되면서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지역소멸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의 해법은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한다. 출산율 수치에만 매달리면 대책은 쉽게 ‘현금 더 주기’로 수렴된다. 하지만 출산은 거래가 아니라 삶 전체의 선택이다. 지난해 5월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 부모가 될 조건을 바꾸지 않은 채 현금만 키우는 방식은 효과와 지속성이 모두 약하다. 정책의 초점은 ‘낳게 하기’에서 ‘안심하고 키울 수 있게 하기’로 이동해야 한다.
서울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0.58로 대도시 가운데서도 가장 낮다. 이는 ‘낳기 어려운 조건’이 확대된 결과로 이해된다. 높은 주거·교육비, 만성적 시간빈곤, 경력단절 위험이 청년의 생애 설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의 구조적 요인 중 하나는 교육·돌봄 비용의 압박이다.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가 29조2000억원으로 다시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아예 출산을 포기하거나 ‘한 아이 집중투자’로 기울고, 둘째 출산은 사실상 고소득층의 선택으로 좁아진다. 둘째는 성별 임금격차와 장시간 노동의 결합이다. 한국의 격차는 OECD 최하위권에 속해 육아기 여성에게 높은 기회비용을 부과한다. 셋째는 정주여건의 지역 격차다. 청년의 수도권 쏠림이 심화될수록 주거·시간 비용이 치솟고, 비수도권은 인구기반 약화로 보육·의료·문화 접근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심화된다.
저출산 해법의 요체는 현금을 더 얹는 일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생활조건을 바꾸는 것이다. 첫째 축은 교육비 압박을 낮출 결단이 필요하다. 사교육비 29조원 체제는 출산정책의 큰 장벽이다. ‘경쟁의 게임규칙’을 바꾸고 아동·청소년이 자기 성장에 몰입할 수 있는 공교육 중심 체계로 혁신해야 한다. 둘째 축은 보육·초등돌봄의 내실화다. 야간·주말 틈새돌봄과 초등돌봄을 내실화해 부모의 시간빈곤을 실질적으로 줄여야 한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보육 인프라의 접근성과 품질은 첫째·둘째 출산 전환과 연결되는 반면 현금 보조 효과는 대체로 출산 시기 조정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셋째 축은 일·가정 양립 노동표준과 부성휴직의 실질화다. ‘아이 키우는 일자리’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충족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유연근무·육아휴직의 실사용률과 연동해야 한다. 2024년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 30%를 더 끌어올리려면 육아휴직수당 대체율 인상, 중소기업 보호장치, 팀 단위 업무 재설계가 함께 가동돼야 한다.
넷째 축은 지역균형과 정주여건 개선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인구 관련 예산을 통합해 현금성 장려금의 비중을 줄이고 정주 인프라, 양질의 일자리,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재배분해야 한다. 배분 공식은 주거부담, 근로시간, 보육, 의료 접근성, 부성휴직, 청년 순이동 등 삶의 질과 일·가정 양립 지표와 연계한다. 지역의 ‘살 만함’이 높아질수록 청년의 유입·유지가 가능해지고, 그 결과 결혼·출산의 잠재수요가 가시화된다. 다섯째 축은 생활권·주거의 재편이다. 가족형 공공주택을 확충하고 생활 SOC를 도보권에 집적해 가구의 시간빈곤과 주거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목표 재정의가 필요하다. 합계출산율 중심을 넘어 주거부담, 시간빈곤, 돌봄접근성, 직장문화, 지역정주 매력 등 아이를 낳고 살아갈 수 있는 조건 지표로 정책을 설계·평가하자.
저출산은 단지 인구의 위기가 아니라 삶의 질의 위기다. 출산의 결정은 사회가 제공하는 신뢰의 총합 위에서 내려진다. 조건이 바뀌는 순간 출산은 설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돌아온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
사회복지학부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