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빠 배는 미국 아저씨 같아. 멋있어.” 뚱뚱한 배가 어떻게 멋있겠습니까. 하지만 아들 눈엔 그랬나 봅니다. 아마 아빠와 연결된 보이지 않는 끈, 그 친밀감이 똥배마저 아메리칸 스타일로 보이게 했을 겁니다. 이런 부자간의 친밀함이 오늘 본문에도 나옵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을 “내 아버지”라 부르는 말씀이 참 따뜻합니다. 놀라운 건 예수님의 아버지가 우리의 아버지도 된다는 사실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마리아가 주님을 붙잡습니다. 그때 주님은 ‘나를 붙잡지 말아라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야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주님이 올라가시는 것이 제자들, 곧 우리에게 가장 좋은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시면 성령님을 보내주실 것이고 성령님은 우리에게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권세를 주십니다.(갈 4:6) 예수님의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가 되는 길은 바로 승천이었던 겁니다.
사실 인간은 하나님과 원수 관계였습니다. 아브라함과 모세 같은 위대한 믿음의 선진들도 하나님을 ‘아버지’라 감히 부르지 못했죠. 기껏해야 ‘주인님’(아도나이), ‘임금님’ 정도로 불렀습니다. 그러나 오직 한 분, 예수님만이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셨습니다.
“나와 아버지는 하나”라고 하셨죠.(요 10:30) 놀라운 건 우리가 예수님을 믿을 때 우리도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권세를 얻게 된다는 겁니다.(롬 8:15)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순히 회복되는 것을 넘어 친밀한 부자 관계로 발전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가 되시면 우리에게 어떤 유익이 있을까요. 첫째 아버지의 섭리를 신뢰합니다. 우리가 믿는 아버지는 전능하신 창조주로, 모든 피조물을 손수 돌보고 다스리십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27문처럼 비와 가뭄, 건강과 질병, 부와 가난, 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따뜻한 아버지의 손길로 임합니다. 교회와 가정의 어려움, 자녀의 불신앙, 질병, 경제적 위기마저도 우리를 가장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온기 어린 손길 아래 있음을 믿읍시다.
둘째 기도의 진가를 경험합니다.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라는 사실은 기도할 때 빛을 발합니다. 예수님이 기도를 가르쳐 주실 때 “아버지여”라 부르며 시작하라 하셨죠. 세상 신은 치성을 다 해야 겨우 반응하는 자판기 같지만 우리 기도는 자녀에게 관심 있는 아버지께 드리는 따뜻한 대화입니다.
이는 우리 아버지가 전능하실 뿐 아니라 땅에 있는 우리와 함께하시며 그 놀라운 능력으로 기도에 응답하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미래가 두려운 청소년,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 모두 아버지께 기도하십시오. 세상 자녀들이 이를 악물고 두려움을 이겨낼 때 우리는 아버지의 품 안에서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십니다. 예수님은 이 복음을 주시려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셨습니다. 우리를 위해 섭리 속에서 기도에 응답하시는 주님을 신뢰하는 복된 성도 되시길 축복합니다.
문지환 부산 제8영도교회 목사
◇제8영도교회는 부산 땅끝 영도에서도 가장 안쪽 동삼동에 있는 교회입니다. 설립 41년을 지나며 현재 3대 담임 문지환 목사는 2022년 2월 부임해 성도들과 동고동락하고 있습니다. 초고령화, 인구유출, 청년 이탈, 도시 소멸이라는 위기를 한마음으로 이겨내며 강소(强小) 교회로의 성장을 꿈꿉니다. ‘하나님 사랑, 서로 사랑’을 실천하며 주님 나라 건설에 힘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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