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5년 넘게 마약에 빠져 살았다. 마약의 끝이 죽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었다. 함께 마약 하던 친구들은 내 눈앞에서 죽어갔고 살아남은 이들도 폐인이 되었다.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자가 되어도 의지로는 도저히 끊을 수 없었다.
내가 마약을 끊고 몇 년 지나고 다른 주에 사는 친한 형 집에 며칠 머물 때였다. 어느 날 잠자리에 누웠는데 침대 밑에서 뱀이 고개를 쳐들고 스르르 기어 올라오는 환상이 보였다. 너무 무서워 벌떡 일어나 거실로 뛰쳐나가 불안에 서성이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이처럼 마약은 마음과 몸, 심지어 정신까지 지배하는 무서운 괴물이다.
마약은 사람을 가해자로 만든다. 주변 가족과 이웃에게 거짓말하고 상처를 준다. 그러나 나는 마약중독자를 철저한 피해자라고 말하고 싶다.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약물이 뇌와 몸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끊고 싶어 몸부림쳐도 끝없는 터널로 빨려 들어간다. 진짜 가해자는 돈만을 위해 영혼을 파괴하는 마약 판매자들이다. 마약은 사람을 속이고 지배하며 결국 죽음으로 몰아간다. 잠깐의 쾌락처럼 보이지만 그 끝은 파멸이다. 환청이 들리고 환영이 보이면 이미 몸이 한계에 다다른 경고 신호다. 나도 그때마다 ‘이대로 죽겠구나’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많은 사람이 묻는다. “어떻게 하면 마약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까.” 기억해야 할 것은 ‘끊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엔 진짜 안 해”라는 다짐은 오히려 나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중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정죄가 아니라 사랑과 기다림이다. 누군가 곁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있어 주는 것, 그것이 절실하다.
나는 25년 넘게 마약을 숭배했지만 예수님을 만나 그분을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시자 완전한 승리를 선포할 수 있었다. 그날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살고 싶다”는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고 무릎 꿇고 주님께 인생을 맡겼다. 중독에서의 해방은 인간의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무거운 짐을 예수님께 맡기고 도움을 구해야 한다.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그분께 “저를 살려달라” 요청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하루하루를 덤으로 받은 시간이라 여기며 산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감사하며 찬양 사역으로 초청받은 모든 자리를 기쁜 마음으로 찾아간다. 무대에서 찬양할 때마다 ‘나 같은 사람도 하나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셨고 약한 나를 통해 오히려 그분의 능력을 드러내신다.
한국에 온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사이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꿈을 나누고, 그들과 함께 열매를 맺어 갈 수 있어 감사하다. 가족과 동역자들이 내 곁에서 기도하고 지지해 주었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사람들에게 담대히 말한다. “마약은 죽음이다. 절대 하지 마라.” 그리고 중독으로 신음하는 이들에게는 간절히 부탁한다. 예수님께 요청하라. 그분만이 어둠에서 건져내실 유일한 분이기 때문이다.
정리=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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