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첫째로는 일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고한 것에 비해 결실은 적을 때 좌절감을 느낀다. 둘째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그 일에 의미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점이다. 내가 성취한 것으로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은 세상에 속한 것들이 의미 있는 삶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일과 성공, 사랑과 쾌락, 지혜와 지식을 다 추구해 보아도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고 했다. 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일에 모든 것을 건다. 어느 정도 보람을 얻고 열매를 거두고 경제적으로도 나아진다. 물론 이것마저 별일이 없어야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우리 삶이 변수로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많은 성취를 하려면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간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중압감에 시달린다. 연봉이 높다고 마냥 부러워하지 못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나보다 나은 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인데 나보다 더 누리는 것을 보면 힘들어진다. 출발부터가 다른 사람들이 있어 보인다. 억울함이 밀려온다. 더 많은 실적을 쌓고 더 많은 돈을 벌어도 만족스럽지 않다. 무의미함이 몰려올 때 힘들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다. 하워드 핸드릭스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당신이 실패하느냐가 아니라 당신이 잘못된 일로 성공하는 것이다”고 했다. 의미를 찾지 못한 성공은 허무하다. 그 허무를 극복하려고 즐거움이나 쾌락, 아니면 모험을 추구한다.
새로운 취미생활이나 각종 기록에 도전하고 특이한 즐거움을 맛보고 싶어한다. 철인3종경기나 하프마라톤 등이 많이 열리는 이유가 있다. 현대 상업주의는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한다. 즐거움을 돈으로 구입하도록 부추긴다.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얻어냄으로써 만족을 얻고자 한다.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성공에 목을 맨다. 인간은 권력 지향적이다. 자기 이름 하나 내려고 몸부림을 친다. 인정받고 싶어하고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한다. 내가 무엇인가 기여한 인생을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나의 업적을 알아주고 내 인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기 원한다. 그러나 그런 결과를 얻어내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 아니라 그런 결과를 얻었다 해도 시간의 바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대중의 기억력은 생각보다 짧다. 영원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모래 위에 이름을 새기는 것과 같다. 개인의 인생만 그런 게 아니다. 국가, 혹은 인류의 자랑스러웠던 문명도 밤하늘에 명멸하는 별과 같이 스러져 내린다.
해 아래 모든 수고가 헛되고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는 솔로몬 왕의 고백은 빈말이 아니다. 일상의 분주함 속에 파묻혀 생각할 겨를 없이 무한 반복하며 살다 보면 의미와 가치를 놓친다. 돈과 명성을 얻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다 자신이 소모돼 간다. 돈은 벌었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다 써 버린다. 점점 외로워지고 고립되며 소외감을 느낀다.
우리가 선택할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돈과 권력을 우상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영성가 리처드 포스터는 ‘돈, 섹스, 권력’이라는 명저를 지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긴밀히 얽혀 있다. 돈이 권력이 되기도 하고 권력이 돈이 되기도 한다. 권력과 돈과 성은 서로 끌어당기는 관계다. 돈과 권력과 성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선한 길을 찾기 어렵다. 한번 빠져들면 미로에서 헤맨다. 일 자체가 우상이 되고 나의 성공만을 목표로 삼다 보면 어느 순간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돈을 적게 벌더라도 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길이다.
자기중심적 개인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자기 자신의 삶을 고집할수록 자신을 고립시킨다.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면 행복은 더 멀리 달아난다. 일을 위한 일은 공허하다. 일하는 목적이 중요하다. 공공선을 추구하는 삶이다. 개인보다 공동체다. 오늘날 공동체의 관계들을 잇는 연결고리는 매우 약해졌다. 잠시도 멈춰 설 수 없도록 몰아가는 세상에서 종종 고개를 들고 먼 곳을 응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관조하며 질문하는 일이다. 내가 가는 이 길의 끝은 어디인가.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길 끝에는 과연 내가 기대했던 것이 주어질까. 시간의 끝은 기어이 온다.
(부산 수영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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