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통신사와 카드사의 해킹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주요 공항에 탑승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해 승객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등의 불편을 겪었다. 개인정보 유출 차원을 넘어 시간과 비용 등의 실질적 피해를 유발하는 사이버 공격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개별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민관 합동으로 사이버 보안 강화에 나서는 한편 국제 공조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2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과 벨기에 브뤼셀 공항 등에서 발생한 혼란은 세계 여러 공항에 체크인과 탑승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 업체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히스로와 브뤼셀, 독일 베를린 공항 등에서 이착륙하려던 수십 편이 취소됐고 수백 편의 항공편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통신사와 금융기관 해킹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사이버 침해 사고도 몇 년 전부터 급증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14일까지 당국에 접수된 기업의 정보 침해 신고 건수는 7198건에 달했다. 2021년 640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2022년 1142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엔 1887건에 달했다. 올해엔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1649건이나 됐다. 시스템 해킹이 2021년 283건에서 2024년 1373건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고,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도 같은 기간 123건에서 285건으로 늘었다. 반면 악성코드 감염·유포는 234건에서 229건으로 소폭 줄었는데 공격 기법이 정밀한 침투와 장기적 잠복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직접적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사이버 침해 사고 증가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되는 이유다.
피해 발생에도 불구하고 이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한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 하겠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범부처 차원의 대책이 기업에 대한 사후 제재에만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민관이 함께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전 세계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날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국제 공조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