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고 나면 들리는 게 해킹 소식이다. 어제는 통신사 KT가 자사 서버에서 침해 흔적 4건, 의심 정황 2건이 파악돼 그제 밤에 당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SK텔레콤 해킹 사고 뒤 자사 서버를 점검하다 확인했다고 한다. KT는 얼마 전 소액결제 해킹 사건으로 피해가 발생한 데 이어 서버 침해까지 드러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KT는 게다가 서버 침해를 알고 사흘 뒤에야 늑장 신고하기도 했다. KT는 아직 어떤 정보가 유출됐는지 알 수 없고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입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는 만큼 KT와 당국은 최대한 빨리 피해 여부를 파악해 공개해야 할 것이다.
올 들어 대형 해킹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SK텔레콤 정보 유출에 이어 6월에는 온라인업체 예스24가 랜섬웨어 공격으로 영업이 중단됐다. 7월에는 SGI서울보증보험도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고, 8월부터 이달 초까지 KT에선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8일에는 롯데카드에서 297만명의 정보가 유출됐고 이번에 KT 서버까지 뚫린 게 확인됐다. 정보보안이 탄탄할 것으로 여겨진 대형 통신사와 카드회사들이 줄줄이 해킹 피해를 당한 것은 그만큼 보안투자나 사이버 침해 대응에 소홀히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다. 큰 회사들도 이러는데 중소 금융사나 IT서비스 업체의 경우 과연 정보보안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많게는 수백만명이 피해를 보기도 하는 해킹 사건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국가적 사이버 재난으로 인식해 보다 강력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해킹 기술이 갈수록 진화해 개별 기업 단위에서 대처하는 데 어려움도 있다. 어제 뒤늦게 정부가 범부처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도 늦은 만큼 최대한 서둘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해킹에 소홀히 대처한 기업에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한다지만 그런 사후 제재 못지않게 해킹을 사전에 막기 위한 민관 합동의 사이버 방호벽을 촘촘하게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국가 보안기관들이 축적한 해킹 차단 노하우를 더 적극적으로 민간으로 이전하고, 국민의 개인정보나 돈을 다루는 대형 통신사나 금융기관의 경우 당국 차원에서 보안점검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기업도 정보보안을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사전 예방을 위한 투자와 전문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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