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우리에게 삶의 가장 깊은 영역을 보게 합니다. “거짓을 버리고 참된 것을 말하라” “분을 품지 말라” “도둑질을 버리고 선한 일을 하라”…“모든 악을 버리고 서로 용서하라.” 그리고 “사랑 가운데서 행하라.” 본문은 새 사람의 삶을 일곱 가지로 보여주었습니다. 복음을 경험한 자의 열매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은 자는 새 사람답게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 관계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가 드러나야 합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들을 때 한편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맞는 말이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무겁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은 이 말씀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본성적으로 거짓을 말하며 분노를 품고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옛사람의 본능을 끊어낼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나를 조금 더 괜찮아 보이게 하려고, 또는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고 우리는 진실보다 거짓을 가까이합니다. 분노 또한 그렇습니다. 풀리지 않는 상처와 억울함을 마음에 쌓아두며 그 감정이 내 영혼을 서서히 잠식합니다. 손은 움켜쥐고 싶어합니다. 나를 위해, 내 욕심을 위해, 더 가지려 합니다. 입술로는 은혜가 아니라 날카로운 말과 원망을 쉽게 내뱉습니다. 결국 우리는 사랑보다는 상처를, 화해보다는 분열을 더 많이 남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믿는 순간, 성령께서 우리 안에 오셔서 우리를 새 사람으로 만드십니다. 분노와 상처로 얼룩진 우리 마음이 십자가 앞에서 녹아내립니다. 하나님이 나를 끝까지 용서하셨음을 깨닫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분노의 노예로 살지 않습니다. 내 손은 이제 움켜쥐는 손이 아니라 베푸는 손으로 바뀝니다. 내 입술은 저주와 원망이 아니라 감사를 내뿜습니다. 바로 복음의 능력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거짓 없는 진리를 보여주셨습니다. 주님은 내가 하나님을 향해 분노와 반역을 품고 있을 때조차 나를 용서하시고 끌어안으셨습니다. 그래서 나도 이제 누군가를 용서할 힘을 얻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셨습니다. 그래서 내 손도 움켜쥐는 손에서 베푸는 손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은혜의 말을 내셨습니다.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그 말씀이 오늘 내 입술에도 심겨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님은 나를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향기로운 제물처럼 자신을 내어주셨습니다. 그 사랑이 내 가슴을 적실 때 나는 비로소 다른 사람을 위해 내 마음을 열고 걸어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복음은 단순히 “착하게 살라” 하는 윤리적 요구가 아닙니다. 복음은 “너는 이미 사랑받은 자다”라는 선언입니다. 그 사랑을 깊이 경험할 때 우리는 새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도 주님의 십자가 앞에서 그 사랑을 가슴 깊이 느끼고 그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눈빛, 우리의 손길, 우리의 말 한마디가 복음을 전하는 향기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정민교 목사 (부산 흰여울교회)
◇정민교 목사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예배를 통해 누구나 소외되지 않는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일대일 양육으로 성도들의 삶을 두루 살피며 지역사회와 시각장애인 선교를 위하여 AL Ministry(AL·소리도서관)를 설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25만 시각장애인들에게 기독교 도서를 무료로 보급하고 기독교 콘텐츠를 제작, 제공하는 등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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