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중심부에 위치한 도도마주(州) 도심을 벗어나자 이내 비포장도로가 나타나 흙먼지가 일었다. 작은 돌들이 자동차 창문에 부딪히면서 연신 ‘탁탁’ 소리가 났다.
뿌연 먼지를 헤치며 90분가량 달려 다발로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주후디 공동체’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최근 정대령 홍제감리교회 목사를 비롯해 월드비전 관계자와 취재진이 이 공동체를 찾았다.
주후디는 ‘열정’ ‘노력’을 뜻하는 스와힐리어다. 농산물을 가공하거나 수제비누와 전통직물 캉가(Kanga) 등을 제작, 판매해 번 돈으로 자립하는 모임의 이름이다.
주후디 공동체를 이끄는 악사(41) 회장을 따라 들어선 작업장에서는 바오바브(baobab)나무 열매를 활용한 간식 가공이 한창이었다. 바오바브 열매 가루에 생강과 졸인 설탕을 섞은 뒤 이를 바오바브 열매에 다시 바르면 이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간식인 우부유(Ubuyu) 캔디가 된다. 식용 색소까지 넣어 만든 캔디는 선홍빛을 띠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악사 회장이 건넨 캔디에서는 새콤달콤한 맛이 났다. 그는 “이렇게 직접 가공하면 그냥 열매를 팔 때보다 소득이 훨씬 높아진다. 이제는 주변 마을에도 이 간식을 팔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마을 주민들은 2017년 아동영양 개선과 농업기술 향상을 통해 마을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주후디 공동체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23년 월드비전을 만나면서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한다.
월드비전은 이들에게 ‘임파워드 월드 뷰(Empowered World View·EWV)’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EWV 프로그램은 공동체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으로 주후디 공동체의 활동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월드비전의 지원은 변화로 이어졌다. 새 농법을 적용하자 이전에 33㎡(10평) 넓이의 밭에서 수확하던 작물을 이보다 훨씬 작은 6㎡(2평) 면적의 밭에서 수확할 수 있게 됐다. 수확량이 결과적으로 다섯 배 늘어난 것이다.
소와 염소의 우유 생산량도 덩달아 늘었다. 매달 1만5000원 수준이었던 1인당 수입이 여섯 배 가까이 증대됐다.
가정의 안정적인 소득은 자녀들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공동체는 1년에 한 번 수익을 정산할 때 가장 먼저 아이들의 학비를 지원한다. 공동체 안에 ‘교육이 최우선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녀들은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러한 합의와 신뢰 덕분에 마을은 더 큰 연대를 꿈꾸고 있다. 주후디 공동체는 주변 이웃을 돕는 ‘작은 은행’도 열었다.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저리로 대출하며 삶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악사 회장은 “EWV 사업을 통해 우리끼리 하던 공동체 수익 창출 활동이 더욱 큰 수익을 내며 이제는 아이들을 학교와 병원에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우리 마을 가정마다 전기와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새로운 희망”이라고 말했다.
도도마(탄자니아)=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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